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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임춘택 원장 “세계 최고의 에너지기술 확보하겠다”
태양광 기술발전 방향 제시 ‘가격은 낮게, 효율은 높게, 수명은 길게’

[인더스트리뉴스 이주야 기자] 대한민국 에너지 R&D 사업의 기획·평가·관리 등을 총괄하는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임춘택 원장은 ‘에너지 전환’이라는 중요한 변곡점에서 강력한 에너지 R&D 원칙 세 가지를 제시했다.

‘에너지 안전, 공정한 평가, 성과창출형 기획’이라는 세 가지 원칙에 대해 임춘택 원장은 “에너지는 일반 산업재해와 달리 사고시 대규모 폭발이나 화재를 동반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면서, “국민의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는 에너지안전사고를 근절하고자 에기평은 안전사고의 근본원인이 무엇인지를 심층 분석하고 적극적으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춘택 원장은 “친환경·재생에너지 산업육성 R&D를 위해 올해부터 시스템과 소재부품장비의 개발을 통합한 ‘플래그십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사진=인더스트리뉴스]

먼저, 에너지 안전을 위해 사고 가능성이 있는 607개 과제(전체 과제의 95%)에 대해 작년 말 안전매뉴얼 구비를 완료했다. 올해는 에너지안전 기술개발에 집중 투자해 ESS 화재예방, 방폐물 처리기술, 원전사고 방지, 수소충전소 안전성 확보 등에 556억원을 지원한다. 또한 안전 전문가를 과제기획 단계부터 필수로 참여시켜 과제 전주기로 안전성 관리를 확대했고, 지난 3월 에너지안전 PD를 신규 초빙해 전문성을 강화했다.

두 번째는 공정하고 전문적이며 효율적인 평가를 위한 ‘온라인 메타순환평가’ 도입이다. 오프라인을 통해 진행했던 평가를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도록 온라인으로 전환해 편의성 뿐 아니라 국내 최고의 전문가들의 참여도도 높아졌다. 순환평가라고 이름 붙인 이유는 평가위원은 피평가자를, 피평가자는 에기평을, 에기평은 다시 평가위원을 평가하는 순환적 평가 구조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임 원장은 “이 제도는 국내 최초로 도입한 것이며 다른 R&D 전담기관에서도 벤치마킹하고 있다”면서, “특히 최근 코로나 사태로 인해 많은 기관들이 비대면 평가 도입을 검토하며 더욱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세 번째는 R&D 성과 극대화를 위한 기획제도 혁신이다. 연구자들은 R&D를 안정적으로 성공시키기 위해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아이디어나 사업화를 위한 도전은 기피하는 성향이 있다. 하지만 높은 부가가치는 그런 도전에서 나오기 마련이다. 에기평은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고 높은 부가가치를 추구하는 R&D로 전환하고자 세계적 혁신기술이나 시장진입을 위한 기술에 집중 투자하는 ‘양극형 연구개발’을 도입했다.

여기에 올해는 ‘온라인 메타평가’ 제도를 접목해 ‘온라인 메타기획’을 도입하려 한다고 밝힌 임 원장은 “온라인을 통해 과제를 기획하고 의견을 주고받으며, 기획위원을 평가해 기획 과정에서도 공정성·전문성·효율성이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카이스트와 광주과학기술원(GIST) 교수를 역임한 에너지 분야 전문가이자 청와대 안보실 행정관으로 다양한 국정경험을 한 정책 전문가로서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을 이끌고 있는 임춘택 원장을 만나 대한민국 에너지 R&D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국내 에너지전환 정책은 탈원전, 탈석탄, 재생에너지 확대 등을 통한 친환경 에너지시스템 구축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2018 대한민국 에너지전환 컨퍼런스에서 발표하고 있는 임춘택 원장 [사진=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지금까지 에기평 원장으로 활동하면서 느낀 점과 취임 후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이 있다면?

에기평 취임 후, 공공기관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다소 경직된 조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조직문화를 개선하고 우수한 재원들의 능력을 극대화해 세계 최고의 에너지기술을 확보하는데 뜻을 두고 업무와 경영 전반의 혁신을 단행했다. 특히,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포용문화를 확산시킨 것이라고 생각한다.

포용이란 다양성을 전제로 하여 소수약자와 함께 하는 것이다. 기관장이나 간부들이 조직운영을 주도하는 게 아니라 전 직원이 주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자세는 조직운영에서 매우 중요한데 이를 구현하기 위한 것이 바로 ‘포용경영’이다. 2년간 최고 의결기구인 ‘운영자문위원회’를 운영해왔다. 모든 직급, 여성·남성, 외부파견직원, 장애인, 워킹맘 등 최대한 다양한 구성원을 조합했다.

한발 더 나아가 작년에는 차별과 편견의 서른 가지 유형을 뽑은 ‘포용헌장’을 공표해 포용문화 정착에 힘썼다. 이와 함께 역발상의 포용인사를 추진해 승진, 전보 등에 반영했다. 즉, 그간 하향식의 평가와 결정이 주도하던 인사제도를 낮은 직급이 높은 직급을 평가하는 제도로 바꾸었다. 수석급 승진 심사에 전 직원이 참여하고, 보직자 발령에도 반영해 일반 직원들의 목소리를 듣고자 했다.

이러한 제도들은 남은 임기 동안에도 계속 보완해 에기평에 포용경영이 정착되고 나아가 다른 기관에까지 전파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최근 대기·미세먼지 문제와 더불어 세균·바이러스 등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하다. 이에 대처하고자 진행 중인 에너지 R&D가 있다면?

미세먼지와 바이러스로부터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자 ‘실내 공기질 개선을 위한 열회수형 공기청정 환기시스템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열교환에 의해 공기를 환기시키더라도 냉난방 열손실을 최소화해 열효율을 높이는 것이 특징으로 미세먼지, 에너지효율, 보건위생을 동시에 고려한 최초 시도이다. 또한 실내에서 배출되는 공기와 실외에서 유입되는 공기가 어떤 대기환경 조건에서도 섞이지 않도록 분리하는 독창적인 기술을 적용했다. 이러한 특징으로 미세먼지가 많은 날에도 실내 공기를 청정하게 유지하면서 에너지 소비도 대폭 줄이고, 많은 사람이 활동하는 실내공간의 감염병 전파도 감소시킬 수 있다.

이 기술개발이 완료되면, 미세먼지가 심한 겨울, 봄철에도 지속적으로 환기가 가능해져 유치원, 양로원, 마을회관과 같이 여러 사람이 모이는 곳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면서 활동할 수 있게 되고, 코로나 바이러스 같은 전염병 방역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임춘택 원장은 “포용문화 확산으로 우수한 재원들의 능력을 극대화해 세계 최고의 에너지기술을 확보하는데 뜻을 두고 업무와 경영 전반의 혁신을 단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인더스트리뉴스]

‘재생에너지 3020’ 정책에 따른 친환경·재생에너지 산업육성을 위해 올해 중점적으로 R&D가 진행되고 있는 태양광·풍력 등 관련 에너지기술이 있다면?

친환경·재생에너지 산업육성에 R&D가 기여하기 위해서는 R&D의 사업화 성과 제고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시스템과 소재부품장비의 개발을 통합한 대형중장기 프로젝트인 ‘플래그십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수요기업과 공급기업을 포함한 산·학·연 혁신역량을 결집하고, 핵심 소재·부품·장비를 통합 개발해 해당 기술의 사업화 성과와 산업적 파급효과를 극대화 하는 방식이다.

태양광 분야는 소재·부품·장비 등을 시스템과 통합 개발해 제품 국산화와 보급 연계를 목표로 지원한다. 세부 과제로는 결정질 실리콘 분야 고효율화 프로젝트와 해상 태양광 시스템 발전단가 저가화 프로젝트가 있다.

풍력 분야는 부유식 해상풍력기술 상용화를 위한 5개의 플래그십 프로젝트를 지원한다. 부품을 포함한 시스템 국산화를 통해 풍력산업 경쟁력을 제고하고, 산업생태계 육성에 중점을 두었다.

탈탄소화, 분산화 등 ‘에너지전환’을 위한 패러다임 변화에도 불구하고 신재생에너지 확산의 걸림돌로 지적되는 것은 무엇이며,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은?

태양광, 풍력, 수력, 바이오로 대표되는 신재생에너지의 가장 큰 문제점은 부지 확보와 간헐성이다. 우리나라처럼 땅이 부족한 나라에서 부지 문제는 근본적인 한계로 인식되어 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부지를 다양하게 개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밭이나 논에는 영농태양광을 추진하고, 새만금 같은 해상 부지 개발도 필요하다. 우리나라 서해와 남해는 수심이 깊지 않아 태양광, 풍력, 조력발전이 들어오기에 용이하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모든 전기에너지를 충당하려면 국내 부지의 4% 정도가 필요한데 이는 새만금의 열 배 정도 되는 크기다. 다행히 해상에는 새만금의 20배 정도 되는 부지가 있고 육상에도 16%의 부지가 있다. 가용자원은 많으니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간헐성 문제를 극복하려면 에너지저장 수단이 필요한데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태양광이나 풍력으로 얻은 전기를 이용해 수소 또는 메탄을 생성·저장하는 P2G(Power To Gas), 충전식 친환경차를 전력망과 연결해 주차 중 남은 전력을 이용하는 V2G(Vehicle To Grid), 전력수요반응제도(Demand Response) 등도 대안이다.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도시의 건물형 태양광발전, 자연친화적 농촌 태양광발전, 해상 태양광발전 및 해상풍력 등 다양한 형태의 실증·시범사업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임춘택 원장이 해상풍력 사업설명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치킨게임에 가까운 글로벌 경쟁으로 인해 국내 신재생에너지 기업들의 제조경쟁력이 흔들리고 있다. 이에 대한 해법과 대응 전략을 제시한다면?

최근 많은 변화를 겪고 있는 태양광 분야를 예로 들어 보겠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 태양광 기술과 기업은 세계무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인정받았으나 중국의 저가 공세로 세계 시장에서 점차 설 자리를 잃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꾸준히 수익 개선이 가능한 글로벌 시장 확보 전략이 필요하다.

중국이 독과점한 분야보다는 틈새를 엿볼 수 있는 분야를 찾아야 한다. 글로벌 Top10 기업의 점유율이 셀 47%, 모듈 40%로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우리 기업들이 설 자리가 아직 남아있다. 그만큼 세계적으로 경쟁이 치열한 분야이기도 하지만, 높은 기술력 기반의 프리미엄급 제품으로 미국, 유럽 시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의 성과들을 보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이와 함께 첨단기술을 적용한 차세대 셀 상용화에 성공해 시장을 조기 선점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효율을 여러 차례 갱신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주도권을 유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또한, 내수시장 기반 강화를 위해 실증·시범사업을 확대해 우리 기업의 기술경쟁력과 트랙레코드를 제대로 확보하도록 하고, 관련 법·규정의 제·개정, 규제 혁신 등 제도 정비까지 추진해야 한다. 도시의 건물형 태양광발전, 자연친화적 농촌 태양광발전, 해상 태양광발전 등 다양한 형태의 실증·시범사업은 제조업, 건설업 등 일감 확대로까지 이어져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에너지기술 트렌드가 변하고 있는데, 앞으로 대한민국 에너지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국내 에너지전환 정책은 탈원전, 탈석탄, 재생에너지 확대 등을 통한 친환경 에너지시스템 구축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경제성은 항상 걸림돌이 되고 있지만, 이제는 발전단가와 시장성이라는 경제적 관점에서 벗어나 혁신과 포용의 관점에서 에너지기술의 미래를 내다봐야 한다.

미세먼지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환경성, 중대사고와 자연재해로부터의 안전성, 국민이 수용할 수 있고 일자리와 같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사회성과 같은 요소들이 앞으로의 에너지 미래를 좌우할 것이다.

에너지의 보급, 산업육성과 수출, 일자리 창출 등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관련된 기술 확보가 선행되어야 한다. 에기평은 에너지 기술 선도국으로 가기 위한 막중한 사명감을 가지고 에너지전환은 물론 소재부품장비 국산화와 가스먼지(온실가스·미세먼지) 저감에 앞장서겠다.

[이주야 기자 (news@industr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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