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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규모 키워가는 BIPV, 정책 엇박자로 벼랑 끝 내몰리는 제조기업
매출 상승에도 수익 감소 기업 증가… “BIPV 특성 반영한 기준 제정 필요”

[인더스트리뉴스 정한교 기자] ‘2050 탄소중립’ 달성이라는 목표 아래, 일상 속 대표적 온실가스 다배출 분야인 건물의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움직임이 가속화되면서 건물일체형태양광(Building Integrated Photovoltaic System, BIPV)에 대한 관심도도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고 있다.

서울에너지공사 방음벽에 설치된 컬러 BIPV [사진=에스지에너지]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국토교통 탄소중립 로드맵’에 따르면, 건물 부문의 2018년 기준 온실가스 배출량은 1억8,000만톤으로 국가 전체 배출량의 24.7%를 차지하고 있다. 이중 건물에서 소비되는 전기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간접배출)은 무려 17.5%에 달한다.

이처럼 탄소중립이라는 범지구적 목표 달성을 위해 건물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감축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더군다나 폭염, 폭우 등 기후변화로 인해 건물에서의 전기사용량이 증가하면서 탄소중립 달성에서 건물의 중요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에 건축물 에너지자립률 향상을 위한 다방면의 노력이 추진되고 있고, 전력 생산과 더불어 건물의 심미성을 향상시키는 디자인 요소가 가미된 BIPV는 건축물 에너지자립률을 향상시킬 핵심설비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기대감과 맞물려 BIPV 시장의 성장도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기업 아리즈톤(Arizton)의 2021년 조사에 따르면, 2020년 35억4,000만 달러 규모였던 BIPV 시장은 연평균 16.1%의 성장률을 보이며, 2026년에는 86억8,000만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역시 BIPV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2020년 1억1,000만 달러 규모였던 우리나라 BIPV 시장이 연평균 21.19%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2026년에는 3억6,000만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광양스마트데이터 센터에 설치된 컬러 BIPV [사진=코에스]

‘수요 증가’ BIPV 제조단가 저감시킬 유일 해법

BIPV에 대한 관심은 날로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 BIPV 시장에는 찬바람이 불고 있다. 제로에너지빌딩 의무화 등 관련 정책 시행에 따른 기대감으로 야심차게 BIPV 시장에 진입했지만, 적자만 끌어안은 채 BIPV사업을 포기하는 신재생에너지기업들도 등장하고 있다.

수요에서의 기대감과 공급에서의 체감에 괴리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수요자들은 제조기업의 부족한 기술력과 과도한 제조비용을, 공급자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 수행과 부족한 지원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결국 수요자들이 BIPV 설치를 망설이는 이유는 투자 대비 효율이 떨어진다는데 있다. BIPV 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이를 개선하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BIPV 공급기업들은 비용적인 부분에서는 현재 시장상황으로는 더 이상 개선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알파에너웍스 임수봉 상무는 “이전과 비교하면, 기업이나 개인 건물주들의 BIPV 설치 문의가 많아졌다”며, “설치비용에 대해 대부분의 기업은 개의치 않아 하지만, 개인 건물주들은 부담스러워하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코에스 장남학 이사는 “제조기업 입장에서도 제조단가를 내리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많이 생산하고, 많이 경험해봐야 한다. 정부, 또는 지자체의 보급 및 지원사업으로만 사업이 유지되는 현재의 상황으로는 제조단가를 더욱 낮춘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서울시 신사동 소재 건물에 알파에너웍스의 올블랙 BIPV가 설치된 모습 [사진=알파에너웍스]

전력 생산과 더불어 건물의 심미성을 높이는 디자인 요소가 가미된 태양광발전시스템인 BIPV는 일반적인 태양광발전소에서 사용하는 규격화된 PV모듈과는 전혀 다른 분야다. 고객별 맞춤제작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제조 단계에서 PV모듈 대비 많은 시간과 인력이 투입돼야한다. 규격이 다르기 때문에 제조 때마다 설비 세팅이 달라진다. 이로 인해 제조단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전쟁이 촉발한 전세계적인 고물가 행진은 BIPV 제조기업들을 더욱 코너로 몰고 있다. 물가가 상승한 만큼 BIPV 제조단가도 상승했지만, 수요처에서 이를 반영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고가의 제품이라는 인식이 있는 만큼, 물가 상승분 반영에 거부감을 느끼는 모습이다.

익명을 요구한 BIPV 제조기업 관계자는 “물가지수, 건물지수 모든 사회비용이 조금씩 상승하고 있지만, 상승분을 전혀 반영시키지 못하고 있다”며, “지원사업을 진행하는 정부, 또는 지자체 관계자들이 현실을 반영한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에스케이솔라에너지 조근영 대표는 “소량 다품종 생산이라는 특성을 지닌 BIPV는 높은 단가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며, “현재 국내 기준은 BIPV에 의무화 가점이나 지원사업의 가중치 등을 부여하고 있지만, 실제 시장의 니즈는 건물과 부합하는 디자인, 적용 건축에 적합한 단열, 차양, 차음 등의 성능을 중요시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들은 시장 니즈에 부합하는 제품을 공급하고 있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기준이 적용되다 보니 같은 BIPV 모델이라도 제품 및 시스템의 단가 차이가 매우 높은 편”이라며, “이에 기존의 의무화나 지원제도를 단순이 BIPV, BAPV 구분이 아닌, 디자인적 요소가 적용된 제품 및 시스템의 등급과 성능 및 기능성 제품으로 등급을 구분한 지원 정책 등의 제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포항시 장량국민체육센터 전면에 설치된 BIPV [사진=에스케이솔라에너지]

시행착오 겪는 BIPV 개선 위한 기업 노력 ‘활발’

이에 반해 제품 품질 측면에서는 충분히 개선될 여지가 있고, 이를 위한 노력도 지속 중이다. 지난해 서울에너지공사에 조성된 BIPV 실증단지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내로라하는 BIPV 제조기업들이 테스트베드에 참여했고, 일부 기업의 제품에서 변색, 층간박리(delamination) 등의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를 통해 국내 BIPV산업에 실패자라는 낙인을 새기려는 모습도 보인다. 하지만 실증단지는 말 그대로 일정기간 운영으로 발생되는 문제점 파악에 목적을 둔 곳이다. 가장 이상적인 모습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겠지만, 문제가 발생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이에 대해 국내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태양광은 전통적인 산업군에 비해 역사가 짧은 산업이며, BIPV는 그러한 태양광에서도 신기술에 해당되는 분야”라며, “새로운 산업이 성장하는데 있어 시행착오는 당연한 일이며, 기업들도 문제를 덮으려고 하기 보다는 제품 개선을 위해 적극적인 대응하는 모습이다. 오히려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파악했다는 점이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 BIPV 내화성능의 표준화를 위해 진행 중인 국책과제도 국내 BIPV 시장의 발전을 기대하게 한다. BIPV는 태양광 모듈이면서 건축자재다. 어느 한쪽의 성능에만 치우쳐서는 안 된다. 이에 기업들은 내풍압성, 내구성, 내화성 등 건축자재로서의 기능 강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세종인터내셔널 김철호 대표는 “녹색건축물, 제로에너지 건축물에서 BIPV가 가장 가성비가 뛰어나면서 효율적인, 검증된 신재생에너지 기술임에는 틀림없다”며, “다만, 설계부터 시공에 이르기까지 전 공정에서 시공성, 심미성, 내구성, 효율성, 안전성, 내진성, 내화성 등 건축물에서 요구되는 기능과 성능을 갖춰야 성공적으로 건축시장에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알파에너웍스 임수봉 상무 역시 “모듈 단위 기술개발이 아닌, 설치 시스템 단위의 개발이 필요하다”며, “BIPV에 어떤 프레임이 사용돼야 하는지, 손쉽게 고정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등 시스템적인 퀼리티가 상승한다면, BIPV 상용화가 더욱 가까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인터내셔널이 시공한 서울시 염창동 소재 역세권 청년주택 BIPV [사진=세종인터내셔널]

BIPV, ‘표준화 부재’에 성장 왜곡 우려

기업들이 BIPV의 시장성 개선을 적극적인 움직임을 가져가는 반면, 시장 활성화를 지원해야할 정부의 움직임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기업들도 이러한 상황에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진부한 규제와 규정을 개선하고 BIPV에 적합한 방향으로의 개선을 요구하고 있지만, 여전히 요원한 상황이다.

에스지에너지 이진섭 대표는 “BIPV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개선을 요구했던 내용 중 하나가 BIPV에 적합한 기준 적용”이라며, “그럼에도 여전히 똑같은 PV모듈이기 때문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야한다는 답변만 돌아오는 상황”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어 “정책을 추진하고, 시장의 성장을 유도하는 수행기관별 서로 다른 기준 적용도 기업들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기업들이 충분히 개선의지를 표명한 상황에서 개선 방향을 잡을 수 있는 가이드라인, 곧 표준화 제정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제조기업 관계자들은 이러한 기준의 부재가 결국, 소비자들의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기본적으로 BIPV라는 산업의 진입 문턱은 높은 편이 아니다. 고품질의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진입장벽은 높지만, 기본적인 BIPV 제조는 어렵지 않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신뢰할 수 있는 기준도 없이 시장 규모만 키워간다면, 올바른 성장을 도모하는 기업보다는 기업 이익에만 초점을 맞춘 기업들이 난립할 수 있다. 초기 국내 태양광 시장 역시 품질이나 사후관리는 무시한 채로 제품 판매에만 집중한 기업들이 있었다. 현재에 이르러 이들 중 대다수가 시장에서 모습을 감췄다. 이들 중 잦은 고장으로 인해 발생하는 A/S 비용에 사업을 중단해버린 기업이 많다. BIPV 역시 이러한 전철을 밟을 수 있다.

더욱이 이상발생시 해당 모듈만 교체하면 되는 일반 태양광발전소와 달리, 건물일체형인 BIPV는 교체되는 모듈의 제작부터 A/S에 사용되는 설비부터 상당한 비용이 발생한다. 철거와 공임을 생각했을 때, 최대 수천만원이라는 교체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시장을 형성 중인 제조기업들이 BIPV의 내구성에 집중하는 것도 이러한 연유다.

BIPV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물가상승 등 국제 정세의 변화, 미비한 정책 지원 등으로 인해 국내 BIPV 제조기업들은 BIPV에 대한 관심이 적었던 이전보다 오히려 기업 운영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utoimage]

에스지에너지 이진섭 대표는 “중소규모 기업들이 대부분인 국내 BIPV 시장에서 수천만원 달하는 A/S 비용은 기업의 존폐를 결정지을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라며, “모두가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올바른 기준이 정립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일반적으로 국내 BIPV 시장의 활성화를 2025년경으로 전망하고 있다. 제로에너지빌딩 의무화 적용범위가 민간시장으로 확대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대부분의 BIPV 제조기업이 BIPV사업에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칫 시장이 개화되기도 전에 문을 닫아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BIPV에 대한 관심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업계 역시 이를 체감할 수 있을 정도다. 적용방법과 설치시 기대효과 등을 문의하는 고객이 증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루 빨리 올바른 산업의 발전을 유도할 수 있는 기준과 지원이 필요한 때다.

 

 

[정한교 기자 (news@industr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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