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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생태계 분석-2] 전기요금 갈등에 태양광 방향성 묘연… ESS 활성화로 봄바람 불까
‘청정수소 인센티브’·‘개도국 프로젝트’ 등 기회 공존

[인더스트리뉴스 최용구 기자] ‘2018년 대비 온실가스 40% 감축’이라는 정부의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는 장밋빛 청사진에서 설정됐다. 전문가들은 그 실현가능성을 높이는 여러 해법들을 제시하고 있다. 다만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보급만으로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은 무리다. 에너지 소비 효율의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건물의 냉·난방에너지를 획기적으로 절감하지 못하면 탄소중립은 불분명해진다. 병원, 백화점 등 에너지다소비건물은 서울시에만 총 316개소(2021년 기준, 아파트 제외)다. 모두 연간 에너지 사용량이 2,000TOE(Ton of Oil Equivalent, 석유환산톤)를 넘는 곳인데 이 중엔 노후된 건물도 숱하다. 

시장에선 태양광발전에 공기열원설비를 접목하는 대안도 거론된다. 태양광 전기로 공기열원설비를 돌려 냉·난방하는 방식이다. 공기열원설비는 대기 중의 공기를 냉각시켜 얻은 열을 난방에 쓰는 원리로 화석연료를 뗄 때보다 온실가스 발생을 줄인다. 정부는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으로 ‘에너지 수요 효율화’를 꼽는다. 건물의 에너지 절감을 통해 궁극적으로 성취하려는 목표도 이것이다. 다시 말해, 수요 효율화는 시장이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태양광에 접근토록 하는 요인이 된다.  

수요 효율화는 시장이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태양광에 접근토록 하는 요인이 된다. [사진=인더스트리뉴스]

① 전기요금 리스크 지속… 수요 효율화 동력 상실 우려 

수요 효율화는 전기요금, 소비 습관, 교육, 투자 등과 밀접하다. 전기요금이 낮고 경직된 상황은 참여할 동력을 떨어뜨린다. 에너지 전환에 요구되는 적정 수준의 요금을 공동이 부담해야 한다는 인식이 중요하다. 이는 고효율의 가전기기를 선택하는 소비 습관에도 중요하다. 한전, 한국가스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는 EERS(Energy Efficiency Resource Standards, 에너지공급자 효율향상제도)에 참여 중이다. EERS는 소비자가 에너지를 적게 쓰도록 유도한다는 취지다. 산업부는 이들 3개 기관을 대상으로 EERS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참여하는 각 기관엔 에너지 절감 목표가 부여된다. 목표 이행을 위해선 설비와 기술에 투자하고 교육해야 한다. 대국민 캠페인 등 홍보도 중요하다. 

산업부와 3개 에너지공급 기관이 EERS 이행에 투입하는 예산은 매년 확대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우리 쪽에선 EERS를 계속 추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에너지공급자 입장에선 목표 이행에 따른 비용 보존이 어떻게 될지가 중요하다. 투자비용 회수가 어려울 경우 자발적이고 지속적인 투자를 방해하기 마련이다. EERS는 수년간 시범 사업에 머물고 있는데 정식으로 시행될 시점은 아직 가늠할 수 없다.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김정인 명예교수는 “합리적인 에너지 수요를 하자는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요금 정책”이라며, “요금이 어느 정도 합리적으로 조정돼야 시민들의 의식을 제고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기가 비싸니까 절약하거나 전력 효율이 좋은 제품을 구매하도록 유인할 동기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태양광 등 저탄소 재생에너지 공급에 있어 일관되지 못한 정책은 시장 전반에 불확실성을 유발한다. 목표가 번복되면 자발적인 거래가 위축될 수 있다. 정부의 움직임에 기대게 만들어 결국 시장의 정상화를 방해할 수 있단 얘기다. 사실상 국내 저탄소 시장은 정책 당국이 언제, 어떤 식으로 개입할지 모르는 구조다. 그런 의미에서 전기요금은 재생에너지 공급과 맞닿아 있다. 국내 전기요금은 OECD 전체 평균을 크게 밑돈다. 가구당 연평균 에너지 지출액이 낮다. 2022년 글로벌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유럽 등 주요국들의 전력 가격이 급증했지만 한국은 큰 변화가 없었다. 그동안 소비자물가가 상승한 추이와 비교하면 차이는 확연해진다. 국민적 반발을 우려해 전기요금 인상을 자제한 결과다.

전기요금 정상화에 대한 논의는 한전의 적자, 취약계층 부담 등에 쏠려있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전기요금이 제 때 인상되지 못한 것이 한전이 처한 막대한 재무위기의 가장 큰 원인”이라면서도 인상 시점에 대해선 답하지 않았다. 그는 ‘한전 구조 조정’과 ‘전기요금 인상’ 중 무엇이 먼저냐는 질문에 말을 아꼈다.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선 어차피 전기요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면 정부가 신속히 시그널을 줘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너지 절약이나 고효율의 제품을 만드는 것은 시장이 알아서 할 수 있지만 아직 행동에 나설만한 명확한 신호가 없다는 것이다. 

전남 나주시 소재 한국전력 본사 [사진=인더스트리뉴스]

정부는 대형 건물의 에너지소비 관리를 본격화해야 한다. 앞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건축물 ‘제로에너지화’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건축물의 에너지 효율(면적당 에너지 소비량)을 평가할 때 신재생에너지 생산량이 높을수록 유리하게 지표를 설정했다. 올해부터 30가구 이상의 신축 민간 공동주택에는 제로에너지빌딩 5등급이 의무 적용된다. 5등급의 경우 에너지자립률 20∼40% 수준을 만족해야 한다. BIPV(건물일체형태양광) 시스템은 이슈의 중심에 있다. 업계는 고속 성장을 예상하며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동시에 상승세에 제동을 걸 요소도 많다. BIPV에는 전기, 건설, 건축, 디자인 등 여러 요소가 복합돼 있다. 각계의 협조와 조율이 필요하지만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대화부터가 부족한 상황이다. 건축 외장재의 규격이 다양해지는 것은 변수다. 그럴수록 크기 및 소재 등 맞춰야 할 요구 조건이 세밀해지게 된다. BIPV 생산자로선 원가 절감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가격 인하를 유도하기 위한 ‘통합 인증’ 등 필요성이 거론된다. 

② 태양광 프로젝트 개발 강조, ‘운영 관리’ 시장 주목해야    

태양광 업계는 해외에서 성과를 만들고 있다. 국내 한 대기업은 미국 내 모듈 생산 확대와 현지 세액공제 등 혜택을 통해 수익성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명시한 투자세액공제, 생산세액공제 등으로 태양광 설비투자의 비용을 낮췄다. 중국을 견제하려는 전략이지만 우리 기업엔 또다른 기회다. 수출입은행은 앞서 ‘태양광 프로젝트 개발’을 강조했다. 해외 프로젝트 개발을 통해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봤다. IREC(Interstate Renewable Energy Council)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미국 내 태양광 일자리의 대부분(2/3)은 ‘설치 및 프로젝트 개발’에 집중돼 있다. 제조, 유통, 운영·유지관리 분야보다 월등히 많았다. 태양광발전은 국내에선 송전망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모듈 설치량이 많아져도 당장은 시장 전체의 회복세를 기대하기 어렵다. 중국 태양광 기업의 저가 공세를 뚫기도 힘든 실정이다. 이에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 동력을 찾자는 목소리도 높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이 해외 개도국에 많은 태양광발전을 설치하고 있지만 이후 운영 관리에 있어선 부실하다는 평가도 있다”며, “국내 기업들이 이러한 상황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UFLPA(위구르족 강제노동 금지법)와 더불어 CBAM(탄소국경조정제도)은 특히 주목할 변수다. 고객사별 공급 계획이나 물류 등 밸류체인 전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청정수소인증제가 상반기 중 시행될 예정이다. 사진은 지난 2022년 4월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들이 여수산업단지공단 청정수소 생산 현장에 방문했을 당시 [사진=산업통상자원부]

한편, 기활법 개정안이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기업의 탄소중립을 지원할 근거가 더해졌다. 지원유형 항목에 △탄소중립 △디지털 전환이 추가된 게 개정안의 특징이다. 탄소를 감축시키는 활동에 대한 인센티브의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다. 2025년부턴 이번 개정안을 반영한 예산 사업이나 기존 사업과 연계한 추진을 기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 관계자는 “탄소중립 활동과 관련이 된다면 추가적으로 사업 재편의 승인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지원 범위가 늘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태양광 생태계에선 긍정의 분위기가 읽히고 있다. 인더스트리뉴스가 태양광 업계 등을 대상으로 연초에 실시한 설문에서 10명 중 4명(42.7%)의 응답자는 개정안에 따른 수혜를 예상했다. 물론 탄소중립 네트워크에는 수많은 분야가 몰려있다. 정부의 사업 기획 방향 및 예산 당국과 협의 등을 지켜봐야 한다.  

‘청정수소인증제’와 ‘재생에너지전기저장판매제’는 상반기 중 시행될 예정이다. 청정수소는 수소 1kg 생산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4kg 이하인 수소로 정의된다. 청정수소로 인증될 경우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제도 정착을 위한 차액 또는 정액지원 등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정부는 미국, 일본, 독일 등 사례를 참고해 지원 방식과 규모를 결정할 방침이지만 구체화된 내용은 아직 발표하지 않았다. 우선 지난해 도입된 수소발전입찰시장에서 발전 단가를 보전해 주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청정수소 생산 과정에선 재생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태양광 업계엔 낙관적이다. 송전망 문제에 따른 제약이 덜 할 것이란 의견이 있다. 버려지는 태양광 전력도 활용할 수 있는 사용처가 확보되기 때문이다. 청정수소는 태양광 전력으로 물을 분해시켜 만든다. 다만 필요한 전기화학적 반응(수전해) 설비를 24시간 상시 가동하려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전제돼야 한다. 재생에너지의 실시간 변동성이 변수다.

ESS가 미래먹거리라는 인식은 ‘에너지 슈퍼 스테이션(Energy Super Station)’에 대한 관심을 불러오고 있다. 에너지 슈퍼 스테이션은 기존의 주유소에 태양광과 수소 연료전지 등 친환경 발전설비를 설치한 주유소다. 한국에너지공단 관계자는 “주유소에 태양광을 설치해서 이를 ESS와 연계하게 되면 전력 생산은 물론 전기차 충전도 가능해진다”라며, “문을 닫은 주유소들을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 에너지 슈퍼 스테이션의 활성화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최용구 기자 (news@industr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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