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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EPR은 생산자가 책임지는 재활용 제도, 이름대로 이름값 해야”
태양광산업협회, 업계와 협회 중심의 태양광 공제조합 설립 촉구

[인더스트리뉴스 정한교 기자] 태양광 패널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 EPR)에 대한 세부적인 정책 기준이 여전히 마련되지 않고 있어 코앞으로 다가온 EPR 제도로 인해 업계에 커다란 혼란이 예상된다.

지난 23일 산림비전센터에서 ‘바람직한 태양광 재활용제도(EPR)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 왼쪽부터)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이진석 책임연구원, 에스에너지 신동진 본부장, 태양광산업협회 정우식 상근부회장, 한국교통대 임동건 교수, 환경부 자원재활용과 마재정 과장, 산업통상자원부 재생에너지산업과 전수하 사무관, 경상국립대 박종성 교수, 충북테크노파크 박병욱 팀장이 패널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인더스트리뉴스]

지난 2018년 태양광 폐패널을 전기·전자제품 및 자동차의 자원순환에 관한 법률에 포함해 처리하는 법안이 입법예고됐고, 오는 2023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태양광 패널 EPR 시행까지 만 4년여의 시간이 지났지만, 시행주체부터 처리방식까지 여전히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이에 ‘바람직한 태양광 EPR 제도’ 시행을 위한 국회 토론회가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소재 산림비전센터 2층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진성준·이학영·윤건영·전용기·양이원영·이용선 국회의원실이 주최했으며,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전국태양광발전협회 △한국태양광공사협회 △한국태양광발전학회 △한국태양에너지학회가 주관단체로 참여했다.

재사용·재활용 표준 정립, 폐패널 철거 매뉴얼 제정 필요

이날 토론회의 화두는 ‘기준의 부재’였다. 태양광 EPR 제도 시행까지 불과 40여일 남은 상황이지만, 여전히 많은 부분에서 제도적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혼선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토론회에 참석한 업계 전문가들은 가장 시급한 문제로 폐패널 수거에 있어서의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폐패널의 재활용, 재사용을 구분할 기준이 없다 보니 충분히 재사용이 가능한 폐패널도 재활용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에스에너지 신동진 본부장은 “재활용(Recycle)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고려했을 때, 재사용(Reuse)이 더욱 경제적”이라며, “태양광발전설비의 초기 비용을 부담스러워하는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의 개발도상국에서 재사용 패널에 대한 수요가 충분하지만, 현재 국내에서는 재사용이 가능한 상당량의 패널이 재활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현재 이에 대한 기준이 없다 보니 충분히 재사용이 가능한 패널도 폐기시키려고 하는 안타까운 상황”이라며, “하루 빨리 관련 기준을 확립해야한다”고 덧붙였다.

토론회에 참석한 업계 전문가들도 이같은 의견에 힘을 보탰다. 이날 ‘바람직한 태양광 재활용 시스템 구축과 운영 현황’을 주제로 발제를 담당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이진석 책임연구원은 “환경적·경제적 측면에서 재활용보다 재사용이 더 우선순위”라며, “다만 국내의 패폐널이 안전성 검증도 없이 해외로 수출된다는 점에서 향후 국제적 분쟁요소로 떠오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에 초기 출력의 70% 이상을 기록하는 패널만 재사용 대상으로 고려하도록 하는 내용의 국제 표준 초안이 제출된 상태로, 재사용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이러한 표준이 정립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이진석 책임연구원이 ‘바람직한 태양광 재활용 시스템 구축과 운영 현황’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인더스트리뉴스]

이 연구원은 재사용, 재활용 표준 정립뿐만 아니라 철거 주체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정해진 절차나 규정이 없다 보니 폐패널 철거 과정에서 상당한 위험성이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이 연구원은 “낮에 철거작업을 진행하는 패널에는 전기가 생성되고 있어 감전사고의 위험이 따른다”며, 조달청 나라장터 태양광설비 철거 발주공고에는 전기공사업 면허를 자격으로 명시했다. 일반 전자제품과 달리 태양광은 수거, 철거시 전기공사업에 준하는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태양광재활용센터를 운영 중인 충북테크노파크 박병욱 팀장 역시 철거 매뉴얼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팀장은 “폐패널 해체에 대한 절차나 방법이 없어서 철거 과정에서 모듈이 파손되는 경우가 많다”며, “알루미늄 프레임 탈거 후, 재활용센터에 수거를 요청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재활용업체에서는 경제성 확보의 어려움과 폐패널 재활용률 80% 달성이 어려워 프레임이 탈거된 패널의 입고를 꺼려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박 팀장은 홍보의 부재도 이러한 문제를 발생시키는 원인 중 하나라는 의견이다. 전국 단위 수거 체계 등 제도는 갖춰졌지만, 정작 대상자들이 절차에 대한 정보가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박 팀장은 “폐패널 배출자가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도 많고, 소규모(가정용) 폐패널 수거의 담당기관인 지자체에서도 제도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혼선이 야기되고 있다”며, “철거업체 자격 기준, 운반업체 연황, 처리업체 현황 등 절차에 대한 공유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환경부, “기준 만드는 과정. 시행착오 줄여 성공적 순환경제 사례 만들 것”

태양광 EPR 제도를 수행할 수행기관 필요성도 다시 한 번 거론됐다. 그간 환경부가 태양광산업협회의 공제조합 설립 신청서를 불허해온 상황. 이날 토론회에서도 이에 대한 산업계의 성토가 이어졌다.

“태양광 EPR은 말 그대로 태양광·패널·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라고 운을 띄운 태양광산업협회 정우식 부회장은 “태양광 생태계 네트워크를 주도하고,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업계와 협회가 중심이 돼 공제조합을 만들어 재활용·재사용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간 8,400t 규모의 재활용 처리시설 구축 등 태양광 순환경제 활성화를 위해 업계가 적극적 의지와 자발성을 표출했지만, 정부가 이러한 업계와 협회의 의지를 꺾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상국립대학교 에너지공학과 박종성 교수는 이에 대해 “시행까지 얼마 남지 않은 EPR 제도의 수행기관 설립, 또는 지정이 늦어진다면, 2023년 시행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고 조언하며, 관계부처 및 기관의 조속한 협의를 촉구했다.

태양광업계가 공제조합 인가의 필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지만, 정부는 다소 원론적인 수준의 답변에 그치며 아쉬움을 남겼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환경부 자원재활용과 마재정 과장은 “원활한 제도 시행을 위해서는 재활용 및 재사용 기준, 안전기준 등이 뒷받침돼야한다”며, “태양광 공제조합 설립 등 현재는 그 기준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며,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여 성공적인 순환경제 사례를 만들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한교 기자 (news@industr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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