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이슈
[In터뷰] 홍익대학교 전영환 교수 “실시간 시장, 기대·우려 교차… 제도적 관성 깨야 열릴 것”
재생에너지 보편화 기초 과정… ESS 인프라는 민간의 참여가 중심 돼야

[인더스트리뉴스 최용구 기자] 전력거래소가 재생에너지의 ‘실시간 변동성’을 반영하기 위해 전력시장의 틀을 다시 짜고 있다. 발전량 예측 데이터에 실시간 수준의 정확성을 기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계획에 따르면 각 발전소에 적정 출력량을 지시하거나 시장의 가격을 결정하기 위한 데이터를 15분 간격으로 업데이트한다. 그만큼 기상상황, 발전기 고장 등으로 인한 출력 변수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태양광 또는 풍력 등을 이용하는 재생에너지 발전소는 전력을 일정하게 생산하기 힘들다. 미리 발전계획을 세워도 빗나갈 가능성이 충분하다. 하지만 현재는 하루 전에 예측한 발전량 데이터로만 관리되고 있다.

전력거래소는 오는 10월부터 시작되는 제주 시범사업을 통해 구체적인 해답을 찾겠다는 구상이다. 여기엔 재생에너지의 예비력 시장 진입 등 이슈도 포함된다. 기존 ‘하루전 시장’ 구조를 ‘하루전 시장+실시간 시장+예비력 시장’ 구조로 바꾸는 작업이 진행되는 것이다. 이는 제도, 기술, 시장, 계통 등의 문제가 복잡히 얽힌 얘기다. 한국사회가 전력의 자급자족이 어려운 중앙집중형의 전력체계를 유지해 온 점도 문제를 까다롭게 한다.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진단할 수 있을까. 본지는 홍익대학교 전자전기공학부 전영환 교수에게서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홍익대학교 전자전기공학부 전영환 교수

전력거래소가 실시간 시장을 설계하고 있다 

가장 기초적인 작업을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재생에너지를 확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늦은 감도 있다고 판단된다. 지금은 하루전 시장만 있어서 여러 오차에 대응하기가 어렵다. 하루전에 발전 수요를 예측한 결과로만 내일의 발전량과 가격을 결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 사이에 발전기가 고장이 난다거나 기상이변이 생길 수도 있는 데 이로 인한 출력변화 등 리스크에는 대비가 안 된다.

재생에너지의 경우 일정한 전력 생산이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이다. 태양이 비치지 않거나 바람이 약한 경우가 생기기 마련이다. 재생에너지에 따른 발전량은 그만큼 예측이 힘는 것이다. 하루 전 예측한 내용과 많이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실시간 시장은 점점 더 필요하다.

실시간시장이 열리면 어떤 기대효과가 있을까?

시장이 제대로 정착된다면 발전소 입장에선 경제적인 운전을 할 수 있다. 전력거래소는 필요한 전력량을 예측해서 발전소에 출력 지시를 내린다. 예측데이터가 실시간 수준으로 정밀해진다면 최대한 실제 수요에 맞는 지시를 내릴 수 있게 된다. 현재 15분 단위로 발전량을 예측하는 시스템을 설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가격을 정하는 과정도 그만큼 체계적으로 바뀔 것이다. 예를 들어 하루 전 예측에서 500MW의 전력을 생산해야 하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고 가정해 보자. 그런데 막상 당일이 되니 600MW가 필요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부족한 100MW를 더 만들어야 하는 데 기존엔 추가 전력에 대한 가격의 책정이 경제적이지 못했다. 하루전에 이미 시장 가격이 결정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시간 시장에선 추가된 100MW에 대한 경제성을 다시 따지게 된다.

어떠한 기술이 요구되나?

오차를 파악한 후 전압, 주파수를 제어하는 과정이 수반된다. 발전량 오차를 고려해서 경제성을 분석하는 프로그래밍도 요구된다. 쉽지 않은 과제다. 장기간의 분석을 거쳐 데이터를 확보하고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야 하는 일이다.

선제적 대응이 중요해 보인다

그렇다. 언급했듯 재생에너지 발전소의 보급이 확대될 것을 예상했다면 이전부터 나서야 했다고 본다. 보급이 늘어나는 만큼 관리대책도 당연히 뒤따라야 한다. 기존의 관성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대응은 늦어졌다. 제주 시범사업을 통해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은 재생에너지에 관해 실시간 시장을 운영해 본 경험이 없다. 새로운 시장에 대한 기대와 동시에 두려움도 크다.

‘기존의 관성’이란 게 무엇인가?

구조에 대한 얘기다. 전력시스템에는 많은 요소가 포함돼 있다. 제도를 바꾸는 과정에선 여러 요소들이 따라 움직이게 된다. 제도가 정착되려면 그만큼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얘기다. 발전기 하나를 건설하는 데도 몇 년이 걸린다. 단기간에 눈에 띄는 변화가 힘들기 때문에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 

한국은 중앙집중형의 전력 구조를 고수해왔다. 해안가 주변에 발전소를 짓고 여기서 생산된 전기를 수도권으로 끌어오는 구조를 취했다. 이런 체계에선 대형발전소와 송전망이 특히 중요하다. 송전망의 관리 주체인 한국전력, 전력시장을 설계하는 전력거래소의 역할이 그만큼 절대적인 것이다. 관성을 바꾸기 위한 이들 기관의 노력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부족했나?

순환보직에 따라 담당자들의 이동이 잦은 것은 큰 리스크다. 전문성을 떨어뜨릴뿐더러 책임의식도 저하시킨다. 소위 복잡한 문제는 피하게 되기 쉬운 구조다. 전력거래소가 설계하고 있는 실시간 시장만 봐도 높은 전문성을 요한다. 수년간의 숙련된 경험을 바탕으로 전문적 진단을 내릴 수 있는 인재가 많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로선 그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이는 국내 전력체계가 경직되게 된 배경이다. 그동안 꽤 오랫동안 이들 기관을 지켜봤지만 변화가 시급하다. 전문 규제기관의 도입을 진지하게 고려할 시점이다. 

어떤 규제기관이 필요한 것인가?

전력시장 전반의 제도를 검토해서 개선을 실제 이행할 수 있는 독립적인 성격의 기관이 필요하다. 

공기관이 기존의 경로를 벗어나기란 어렵지 않을까?

우리는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를 지속 가능하게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RE100은 이미 기업의 필수가 됐다. RE100 때문에 수출을 못하는 기업들은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기존의 경로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전력거래소가 실시간 시장, 예비력 시장 등 도입을 추진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재생에너지에 관한 실시간 시장이나 예비력 시장은 그동안 한국엔 없던 새로운 시도다. 시장을 새로 만드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한국형 예비력 시장, 어떻게 전망하나?

분명한 점은 민간이 참여하는 시장이 창출돼야 한다는 것이다. 민간에서 필요한 인프라를 짓고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야 제대로 된 시장의 모습을 갖출 수 있다. 화두는 ESS다. 재생에너지 발전소만으론 충분한 예비력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ESS는 화재 등 안전성 리스크를 먼저 털어내야 한다. 아직은 투자의 중심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기업이 ‘ESS 인프라 투자’ 등 시장에 들어올 수 있게 할 균형점이 필요한 상황이다. 시장이 구성되려면 수요·공급이 균형돼야 하지 않나. 각계가 머리를 맞대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최용구 기자 (news@industrynews.co.kr)]

[저작권자 © 솔라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용구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