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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포트] 제로에너지건축물 의무화 확대 초읽기… BIPV 산업 성공 전략
품질·비용 자구적 노력 나선 업계… 한 박자씩 늦는 제도

[인더스트리뉴스 이건오 기자] 세상은 발전한다. 마차에서 자동차로, 자동차에서 전기차로 교통수단이 발전했고, 무선호출기에서 휴대폰으로, 또 스마트폰으로 통신수단도 발전했다. 산업의 발전은 삶의 질 향상과 편의성 등을 목적으로 계속해서 개선을 거듭하며 성장한다. 

최근 산업 발전에 있어 추가된 중요한 주제는 ‘환경’이다.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글로벌 공동의 과제 해결을 위해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기도 하고, 자구적인 이니셔티브를 세워 참여하기도 한다. 이는 단순한 캠페인이 아니라 사회, 경제, 문화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산업에 참여하는 기업 또한 이와 동행하는 구조로 변화되고 있다.

에너지 산업에서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친환경에너지, 특히 재생에너지 산업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 태양광·풍력과 같은 친환경에너지가 미래 주전원으로 자리 잡고, 이러한 재생에너지가 메가트렌드 중 하나인 전기화에 대응하는 변화를 우리는 ‘에너지전환’이라고 한다. 

에너지전환의 핵심 중 하나인 태양광 산업에서 최근 가장 주목되고 있는 산업 분야는 ‘건물일체형태양광(BIPV, Building Integrated Photo Voltaic)’이다. BIPV 산업에 관심이 모이는 이유 중 하나는 도시를 이루고 있는 건물의 온실가스 배출 저감과 크게 연관돼 있어서다.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온실가스 다배출 건물도 포함한다. 우리 정부는 국제사회에 제출한 국내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서 2030년까지 국내 건물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3,500만톤을 줄이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에너지전환의 핵심 중 하나인 태양광 산업에서 최근 가장 주목되고 있는 산업 분야는 ‘건물일체형태양광(BIPV)’이다. [사진=gettyimages]

BIPV 성장의 최대 견인 요소 ‘제로에너지빌딩’
국내 BIPV 산업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최대 요소는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제’ 시행과 의무화 확대다. 에너지효율등급 1++등급 수준의 건축물을 제로에너지건축물(ZEB) 인증 수준으로 정의하며, 건축물의 에너지성능을 에너지자립률로 평가해 등급을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제로에너지건축물 의무화는 2023년 공공건물 500m2 이상 건축물과 공공 공동주택 30세대 이상의 건축물은 의무적으로 ZEB 5등급 인증을 받는 것으로 확대돼 시행됐으며, 2024년부터는 이러한 기준이 민간으로도 확대돼 민간공동주택 30세대 이상은 ZEB 5등급 수준으로 인증을 받아야 하고, 2025년에는 민간건축물 1,000m2 이상부터 ZEB 5등급 인증을 받아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공사비와 분양가 상승 등을 예견케 하지만, 정부는 이러한 부담을 지원하고자 인센티브 정책을 마련했다. △용적률·높이 건축기준 완화 △취득세 등 세재 혜택 △대출, 기부채납 등 금융지원 △재생에너지 설치보조금 지원 △에너지 절약시설 설치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아울러 정부는 건물태양광 보조금 중 BIPV에 대한 지원 비중을 13%대에서 30% 이상으로 확대할 방침이며, 설치유형별로 차등 지원하기 위한 계획에 있다. 또한, 건물태양광 REC 가중치를 단순 용량 기준에서 유형, 설치 위치에 따라 세부화하고 별도의 가중치를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제 주요 인센티브 [자료=국토부, 산업부]

선수의 기량을 돋보이게 하는 것이 ‘규제’
그러나 업계에서는 정부 부처의 지원과 규제 등 제도적 방침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산업 속도를 쫓아오지 못한다는 게 중론이다. 

BIPV 모듈 제조업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는 “건축외장재 마감이 돼야 건물 준공이 떨어지기 때문에 공기를 맞추기 위해 밤샘 작업을 하는 등 늘 시간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며, “BIPV 특성상 다양한 종류의 맞춤형 제품이 생산되는데 KS인증을 비롯한 여러 가지 규제가 시간과 비용에서 부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해외의 경우 똑같은 자재만 사용하면 크기와 무관하게 시리즈로 묶어 인증을 받을 수 있기도 하지만 국내의 경우는 다르다”라며, “이는 공사 기간에 쫓길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요인이다. 산업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배려가 있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관련 산업의 성장은 다양한 요인에 의해 시장이 열린 다음, 지속적인 성장을 지원하는 체계와 제품 및 솔루션 개발, 피드백을 통한 개선이 동반됐을 때 성공할 수 있다. 

BIPV는 신규 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태양광 산업에서도 더 초기수준에 있는 산업이다. 그러나 앞서 전기차, 스마트폰 산업 변화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시대가 요구하는 방향에 따라 급속도로 성장 가능한 산업이다. 이에 정부와 업계의 활발한 정보 공유 및 토론을 통해 산업을 이해하고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건물태양광협회 김병철 이사장은 본지 인터뷰에서 “정부 부처나 관련 기관 또한 시장의 어려움과 풀어야 할 사안들에 대해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며, “대면을 통해 조금 더 업계의 목소리를 듣고, 신속하게 대응해 발전시켜야 할 산업군에 대한 적극적인 자세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업계가 말하는 BIPV는 태양광 에너지를 생산하는 전기적 기능을 갖춘 건축외장재다. 이에 정부와의 소통뿐만 아니라 건축업계와의 소통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본지가 주최한 ‘한국형 BIPV/BAPV 산업발전을 위한 지원 정책과 대응 전략’ 업계 간담회에서도 이와 관련한 발언이 다수 나왔다.

아반시스코리아 박병준 상무는 “업체들이 일일이 다니면서 홍보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협단체 등이 건축 업계와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메카로에너지 이재정 회장은 “만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라며, “BIPV 제품을 홍보할 필요가 있듯 건축 영역의 제품과 설계 조건 또한 맞출 수 있어야 한다. 건설 쪽 협단체와 1년에 한두 번이라도 만나서 얘기를 나눴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업계 관계자는 “BIPV를 적용하기 위해 기획, 설계되고 시공된 멋진 사례가 있으면 홍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캐나다 마니토바주에 위치한 레드리버컬리지 내 BIPV 적용 건물 조감도 [이미지=Red River College]

업계의 자구적 노력, ‘품질’과 ‘비용’ 뜨거운 감자 떠올라
최근 서울시에서도 제로에너지건축물 의무화 확대에 선제적인 사업을 추진하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특히, 서울에너지공사 내에 BIPV 실증단지를 구축해 국내 BIPV 전문기업들이 테스트베드에 참여토록 했다. 일부 기업 제품에서 변색, 층간박리(Delamination) 등의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이에 즉각 반응하며 관련 내용을 개선 제품 개발에 집중해 제조장비 세팅, 소재 변화 등 다양한 솔루션으로 경쟁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컬러유리의 변색, EVA 봉지재 사용 제품의 변색 등이 많이 언급되고 있다”며, “건물의 외관을 훼손할 수 있기에 수용성 문제와 민원 발생 유려도 있다. 이에 인쇄방식이나 도료의 교체, POE 봉지재 사용 등 다양한 접근으로 고품질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있고 가시적인 성과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고가에 형성된 BIPV 제품 비용에 대한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 이는 규격 표준화 및 양산 체계를 유인하고 있지만 중국과 대기업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는 우려와 건축물 설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대응일 수 있다는 의견이 상충하고 있는 요소이기도 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건축 시장에서 BIPV 산업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직접 제작에 참여하거나 시공실적을 늘리려는 움직임이 보인다”며, “비용 축소를 위해 규격화나 표준화에 대한 주도권도 가져갈 공산이 크다. 잠재력 높은 BIPV 시장에 대응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BIPV 산업이 앞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비용’에 대한 부분은 꼭 해결해야 할 부분”이라며, “현재 여러 가지 규격의 다품종 소량생산 체계로는 비용도 계속 높게 형성되고 발전 효율에도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전했다.

다른 의견을 가진 업계 관계자는 “아무런 보호 장치 없이 BIPV 제품의 규격화와 양산화를 시도한다면 시장 고도화는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건축외장재로서 심미성을 경쟁력으로 두고 있는 BIPV는 획일적인 제품보다 건물 설계나 디자인에 맞춰 요구하는 맞춤형 제품으로 가야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규격화와 양산화는 대기업과 중국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는 상황도 생겨날 수 있다”며, “제품 생산 비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계속돼야 하겠지만, 단순히 태양광 모듈을 부착하는 BAPV와 달리 건축외장재로 사용되는 BIPV만의 특성을 고려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BIPV 국민 인식 개선 위해 ‘홍보’ 힘 실어야
최근 BIPV 취재를 위해 KTX에 몸을 실었던 때의 일화가 있다. 땅콩을 나누며 태양광을 주제로 이야기를 주고받던 두 노인은 축사 지붕 태양광에서 건물 태양광까지 주제를 옮겼다. 기자가 파악하고 있는 전문화된 내용과 거리가 먼 사실도 있었으나 대부분의 내용은 돈이 된다는 이야기였다.

이번 BIPV 취재 과정에서 가장 많이 거론된 주제는 정부의 제도개선 요구와 품질 향상에 대한 업계의 노력이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많은 목소리가 ‘홍보’를 새로운 주제로 꺼냈다. 제로에너지건축물 의무화 확대 이후 관심이 많이 늘었지만 국민의 BIPV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업계 간담회에 참석한 에스케이솔라에너지 조근영 대표는 “대중들은 BIPV를 아직 잘 모른다”고 언급하며, “현업에 있는 사람들이 제도 등을 두고 열띠게 논의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홍보가 좀 많이 돼서 일반인들도 많이 적용할 수 있도록 신경을 쓸 때”라고 말했다.

본지가 진행한 BIPV 시장 설문조사에서 업계 한 관계자는 “BIPV를 대표할 수 있는 사례가 나와야 한다”며, “공공건물과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주요 건물에 BIPV가 적용된 사례가 있지만 유럽 등 BIPV를 상징할 수 있는 건물은 많지 않다. BIPV를 적용하기 위해 기획, 설계되고 시공된 멋진 사례가 있으면 홍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썬파크 이윤규 대표는 “BIPV, BAPV 시장에 대한 경제적인 가치만을 쫓기보다는 보이지 않는 가치, 비경제적 가치를 조금 더 다듬을 필요성을 느낀다”며, “업계가 지속적인 하나의 목소리를 내고 제도권과의 만남에 적극 나섰으면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제로에너지건축물 의무화 확대가 BIPV 산업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지만, 여전히 업계는 성장 잠재력에 비해 좀처럼 나아가지 못하는 시장을 목도하고 있다. 글로벌 무대에서는 탄소중립과 RE100, ESG 등에 대응하기 위한 체계와 체질 개선에 나선 반면, 우리는 실효성 없는 계획과 풀지 못한 과제 앞에 멈춰있다.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시대적 사명 앞에 새롭게 출현하는 산업이 늘고 있고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BIPV 산업 또한 정부와 업계 간의 소통, 또 관련된 업계 간의 소통을 통해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육성 계획과 성공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겠다. 

[이건오 기자 (news@industr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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