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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생태계 분석-1] 전기요금 갈등에 태양광 방향성 묘연… ESS 활성화로 봄바람 불까
‘장기 계약’ 전환 과도기 직면, 수요 효율화 효과 미미

[인더스트리뉴스 최용구 기자] 정부가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전력시장을 거치지 않고 전기차 충전에 직접 공급할 수 있게 했다. ESS에 저장된 재생에너지 생산 전기를 판매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지역에너지 활성화 등 전력의 분산화를 위해선 긍정적인 변화다. 기업의 사업 재편을 도울 근거도 더해졌다. 3월부터 시행되는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볍법 개정안(이하 기활법)‘에 따르면 지원유형 항목에 탄소중립과 디지털 전환이 추가됐다. 탄소를 감축시키는 활동에 필요한 컨설팅 또는 R&D 자금 지원의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금융권 안팎에선 올해 기준금리 인하를 전망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는 태양광 업계엔 상승세를 기대할 수 있는 변화다. 솔라투데이가 지난해 말 시행한 설문조사에서 10명 중 4명(36.4%)의 응답자는 태양광 EPC 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우선 요소로 ‘금리 안정화’를 꼽았다. 

재생에너지 실시간 입찰 등에 관한 제주 시범사업은 상반기 본격화를 앞두고 있다. 15분 단위로 발전량을 예측해 가격 산정의 정확도를 높이는 작업이다. 데이터 예측이 정밀해 질수록 전력거래소는 최대한 실수요에 맞는 출력 지시를 발전소에 내릴 수 있다. 태양광발전 업계는 그만큼 사업성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지표를 얻게 된다. 하지만 그럴듯한 전망만을 내세우기엔 당장의 제약이 많다.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모럴 헤저드 논란은 신뢰를 떨어뜨렸다. 정부는 재생에너지로 가는 지원금을 대폭 삭감했다. 1MW 이하 소규모 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전력계통 접속보장제’는 종료된다. 현물가격 안정화 조치가 예고된 상황도 따져봐야 한다. 재생에너지 전력을 SMP(계통한계가격) 대로 무조건 구입해주지 않겠다는 시그널이다. 본지는 태양광 시장을 둘러싼 이슈를 분석하고 방향성을 살펴봤다. 

산업부는 “태양광은 높은 SMP와 REC 가격으로 인해 경쟁입찰 시장보단 현물시장에 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진=인더스트리뉴스]

① ‘저탄소 중앙계약 시장’ 기틀 정비… 脫SMP 분위기 확산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는 지난해 말 “현물시장 가격 안정화 조치와 함께 현물시장과 경쟁입찰 시장간 수요, 공급, 가격 요인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태양광은 높은 SMP와 REC 가격으로 인해 경쟁입찰 시장보단 현물시장에 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입찰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인센티브 등 조정이 이뤄질 방침이다. 입찰 시기 및 입찰 물량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SMP는 △원자력 발전 △석탄 발전 △LNG 발전 △중유 발전 가운데 해당 시간대에 가장 비싼 발전 비용으로 책정된다. 통상적으론 LNG 발전 비용으로 정해진다. 그만큼 환율, 유가, 국제 정세 등에 따른 영향이 불가피하다. 우크라이나 전쟁 때 에너지 공급 불안이 커지자 SMP는 요동쳤다. 

2022년 말 도입된 SMP 상한제(2023년 11월 말 종료)는 재생에너지 업계의 반발을 샀다. 산업부는 연료비 급등에 따른 한전의 대규모 적자 때문에 SMP에 상한을 뒀다. ‘전력거래가격 상한에 관한 고시’를 만들어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구매할 때 매겨지는 SMP를 상한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었다.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업계는 이를 반시장적 규제로 봤다. 한전이 적자의 늪에 빠진 건 비정상적인 전기요금 때문이라며 반발했다. 한전의 부담을 사업자에게 지우지 말고 원가를 무시한 요금 체계를 개편하라는 것이다. SMP 상한제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은 그해 7월 집회를 열고 ‘SMP 상한제 적용 제외’등 요구사항이 담긴 서한을 대통령실에 전달하기도 했다. 

전력산업을 둘러싼 변화의 목소리는 크다. 전력의 공급 방식이 화석연료, 원자력 등 대규모 설비 기반에서 태양광·풍력 같은 재생에너지 중심의 저탄소 분산형으로 바뀌고 있으니 거래 시장도 변해야 하는 상황이다. SMP는 기존 전통 발전기들에 대한 보상 기준을 결정하기 위해 도입된 한계비용 제도로 볼 수 있다. 각 시간대별로 한계비용이란 가격적인 신호를 제공해주고 있지만 저탄소 전원의 보상 기준이 되기엔 혼란스러운 점이 많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국제 연료가격에 따라 전력의 가격이 좌우되는 SMP 의존형의 계약구조를 벗어나야 한다”고 진단했다. SMP 시장에선 가격이 들쑥날쑥하다. 유가나 LNG 가격이 떨어지면 재생에너지의 시장 가치는 줄고 반대일 땐 수익성이 높아진다. 적정 수익을 장기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한 배경이다.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2~2036)엔 ‘저탄소 중앙계약 시장’이 명시됐다. 이는 배터리ESS(BESS), 신재생에너지, 양수(揚水), 동기 조상기 같은 저탄소 전원을 대상으로 장기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이다. SMP, CP(용량요금) 등 현물시장 중심으로 돌아가던 국내 전력시장에도 장기 계약시장을 도입할 근거가 생겼다. 전력거래소는 제주에서 ESS를 대상으로 저탄소 중앙계약 시장 입찰을 실시했다. ESS 사업자는 가격·물량에 관한 장기 계약을 맺어 일정한 가격으로 보상받게 된다. 낙찰된 ESS 설비는 전력거래소의 발전계획에 따라 충·방전 시간이 정해진다. 그만큼 전력 가격 변동 리스크를 줄여 사업의 불확실성을 완화할 수 있다. 전력계통 안정화 효과도 낸다. SMP를 기준으로 전기 공급의 대금을 받는 구조에선 비싼 ESS를 활성화시킬 동력이 떨어진다.

2022년 7월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에너지 수요 효율화 산업계 간담회’ 당시. 정부는 에너지 수요 효율화 정책의 일환으로 EERS를 시범 실시하고 있다. 건축물 제로에너지화 또한 수요 효율화의 일환이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전력거래소는 재생에너지의 ‘실시간 변동성’을 반영하기 위해 전력시장의 틀을 수정하고 있다. 제주 시범사업에선 ‘하루전 시장’ 구조를 ‘하루전 시장+실시간 시장+예비력 시장’ 구조로 바꾸는 변화를 시도한다. 태양광 또는 풍력을 이용한 재생에너지발전은 전력을 일정하게 생산하기 힘들다. 미리 발전계획을 세워도 빗나갈 가능성이 충분하다. 하지만 현재는 하루 전에 예측한 발전량 데이터로만 관리되고 있다. 예비력 시장의 화두는 ESS다. 재생에너지 발전소만으론 충분한 예비력을 확보할 수 없다. 다만 화재 등 안전성 리스크를 떨쳐야 한다. ESS는 현재로선 금융지원이나 세제혜택 등 투자의 중심에 있지 않다. 학계 한 관계자는 “기업이 ESS 인프라 투자에 들어올 수 있게 할 균형점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② 분산자원 활성화 위한 재정 지원 논의  

6월부턴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하 분특법)이 시행된다. 산업부는 ESS, 섹터커플링(P2X), 수요반응(DR), V2G(Vehicle to Grid) 등을 활용해 수십 MW의 통합발전소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VPP 통합플랫폼 개발은 풀어야 할 숙제다. VPP는 분산된 소규모 발전원들을 하나의 발전소처럼 통합·제어하는 개념이다. 소프트웨어 업계는 발전량 예측 기법을 고도화시키며 VPP 시장의 니즈를 빠르게 판단 중이다. VPP 시대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사업자들의 경쟁은 치열해질 전망이다. 사업자들이 발전원을 확장하는 등 보폭을 넓히는 과정에선 용량요금 산정의 이슈가 있다. 용량요금은 일종의 발전소 유지비용이다. 국가 전력 공급을 위해 발전소를 건립한 데 대한 보상이다. 재생에너지발전은 LNG나 석탄발전보다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용량요금이 낮아진다. 필요시 언제든 공급하기 어렵단 것이다. 용량요금이 줄어드는 비율은 VPP 사업의 수익성과 관련된다. 결국 초기 사업자를 대상으로 얼마큼의 인센티브를 마련할지가 관건이다. 

국내는 전력의 자급자족이 불가능한 중앙집중형의 전력 체계를 고수해왔다. 전력공급망의 여러 주체들 간 거래가 활성화된 해외와 달리 발전사업자와 판매사업자 사이의 계약은 사실상 막혔다. 모두 한전이 독점해왔다. 수익의 안정성을 위해선 장기 계약이 좋다. 다만 현물가격 변동에 따른 시장의 관심을 불러올 유인이 적어진다. 장기로 저렴하게 맺은 계약은 능사가 아니다. 유가가 오르는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가격적 매리트에 빠져 과도한 전력 소비를 부추길 우려도 있다. 재생에너지발전의 생산 단가는 국내에선 아직 높다고 알려져 있다. 재생에너지를 더욱 늘려야 하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SMP 등 현물가격에 의존하는 것은 분명 리스크가 크다. 전력솔루션 업계 전문가는 “장기 계약을 메인으로 깔고 가되 일정 부분은 현물시장에 노출시킬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태양광발전의 경제성은 해외에선 입증됐다. 미국과 유럽은 LCOE(균등화 발전비용)가 SMP보다 낮아졌다고 볼 수 있다. LCOE는 △건설비 △운영비 △연료비 △환경비 △유지비 등을 고려한 실질적인 발전단가다. 국제에너지기구가 추산한 2020년 LCOE에 따르면 발전원 가운데 ‘대규모 태양광’이 평균 50.7달러(MWh당)로 가장 쌌다. 이어 육상풍력(55.3달러), 원자력(68.6달러), 해상풍력(74달러) 순이었다. 다만 지리적 특성과 기후 등에 따라 국가별 편차는 심했다.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 에너지 공급불안이 커지며 ‘수요 효율화’에 포커스를 맞췄다. 국제에너지기구도 러시아산 가스 의존을 줄이는 방안으로 수요 효율화를 권한다. 수요 효율화는 온실가스 감축에 있어 가장 비용 효과적인 방법으로 평가된다. 산업부는 2022년 ‘시장원리 기반 에너지 수요 효율화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에너지 공급의 3대 허들(입지, 계통, 수용성)을 원천적으로 회피할 수 있는 방안으로 수요 효율화를 강조했다. 국내는 에너지 다소비·저효율 구조가 고착화됐다. 한국은 제조업 중심의 저효율 산업구조를 띤 대표적인 에너지 다소비국이다. 그만큼 경제성장과 에너지 소비 사이엔 동조화 현상이 만연해 있다. 에너지 소비를 줄이면서 경제가 성장한 탈 동조화 흐름과 반대다. 

전기요금은 수요 효율화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소다. 정책적, 기술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전기요금이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자세한 분석은 다음 편 ‘태양광 생태계 분석-2’에서 이어가겠다.     

[최용구 기자 (news@industr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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