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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포트] 재생에너지 못하면 퇴출… “전력시장 판 깔려야 늘어”
‘전력시장 제도개선’ 사업 시행… 안정적인 재생에너지 확대 초석

[인더스트리뉴스 이건오 기자] 세계 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국가들은 자국 산업과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수많은 이해관계와 가치들이 대립하고 연결되면서 국가 경제는 성장하고 퇴보한다. 신보호무역주의 시대의 선진국들은 무역 장벽으로 누구나 납득할만한 명분을 찾았다. 바로 ‘탄소중립’이다. 친환경, 그린 등의 워딩이 있지만 같은 맥락이다.

탄소국경세를 비롯해 RE100, CF100 등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거나 최소화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작동되고 있다. 일례로 최근 유럽의 완성차 기업들이 국내 부품사에 RE100을 요구했고, 이를 실천할 방도를 찾지 못하자 계약을 취소하는 일도 실제로 일어났다.

‘전력시장 제도개선’ 사업이 재생에너지가 주전원으로 올라서기 위한 초석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gettyimages]

기후위기에 대응해 글로벌 에너지 전환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또한 에너지 효율 개선과 재생에너지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가 갖고 있는 변동성, 간헐성 등의 특성으로 기존에 유지해온 중앙집중형 전력시장 구조에서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2020년 발표된 9차 전기본에서 유연성 자원 확대를 위한 ‘실시간·보조서비스시장’ 도입이 언급됐고, 재생에너지 변동성 대응을 위한 ‘재생에너지 발전량 입찰제도’ 도입 내용이 담기게 됐다. 관련 사업인 ‘전력시장 제도개선’은 오는 10월 제주에서 시범으로 시행한 후 2025년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전력시장 제도개선’ 사업이 재생에너지가 주전원으로 올라서기 위한 초석이 될 제도라고 평했고, 통합발전소(VPP) 등 에너지신산업이 경쟁력을 높이고 수요 중심의 선진화된 전력시장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민간기업의 시장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정책 일관성과 수익성 분석에 대한 어려움으로 정상 괘도에 오르기까지는 허들이 많다는 우려도 있었다.

전력시장의 구성 [자료=전력거래소]

기존 중앙집중형 전력시장의 한계… 제주서 개선사업 시범 운영

OECD의 주요 선진국들은 재생에너지 확대 기조에 따라 전력시장 제도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으며 의미 있는 결과를 내고 있기도 하다. 다만 우리나라는 2001년 선도적으로 발전 부문의 경쟁체제 도입을 시도했으나 판매 경쟁과 배전 분할이 중단된 과도기적 형태로 굳어져 22년을 유지하고 있다.

한전과 한전이 지분 100%를 소유한 6개 발전자회사가 국내 전체 전력의 70%를 생산하는 형태로 65%가 화석연료 기반이다. 유일한 전력시장 및 전력계통 운영자인 전력거래소는 행정상 한전으로부터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내리기 어려워 재생에너지와 유연성 자원은 공정한 경쟁이 어려운 구조다.

전력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2021년 말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 수는 4.694개에 달하며, 전체 전력시장 참여자 비율에서는 97%를 차지한다.

2001년 10개의 발전사업자에서 400배가 넘는 발전사업자가 생겨났음에도 이를 전기사용자에게 제공하는 판매사업자는 여전히 한전 1개뿐이다. 제조와 도매업자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는데 전력을 소비자에게 유통하는 방법은 사실상 하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태양광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비중이 확대되면서 기존의 계통과 구조에서는 이를 충분히 수용하지 못하는 사태가 제주, 전남을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생산된 전기를 그대로 버려야 하는 경제적 손실도 일어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9차 전기본 이후 전력시장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으며, 전력거래소 주도로 △실시간시장 △예비력(보조서비스)시장 △재생에너지 입찰제도를 골자로 ‘전력시장 제도개선’ 사업이 제주에서 우선 시행된다.

제주에서 시범사업을 운영하는 배경은 이미 제주 내 재생에너지 비중이 주전원 수준으로 올라왔기 때문이다. 제주는 재생에너지가 전체 발전설비 용량의 40%, 전체 발전량의 19%를 차지하고 있는 수준에 있다. 아울러 풍력을 시작으로 태양광까지 출력제어가 가동되는 등 재생에너지 확대로 인한 이슈가 수차례 발생하고 있기도 하다.

현행 대비 예비력시장 비교 [자료=전력거래소]

오는 10월 실시간·예비력시장 및 재생에너지 입찰제도 시행

이번 ‘전력시장 제도개선’ 사업은 △한전 △중부발전 △남부발전 △1MW 초과 풍력·태양광 보유 발전사업자 △1MW 초과 VPP 모집 중개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며 실시간시장, 예비력시장, 재생에너지 입찰제도를 주요 내용으로 한다.

실시간시장은 실시간 전력수급을 고려한 실시간 발전계획 수립 및 가격결정과 하루전대비 실시간가격 편차에 대한 이중정산체계를 마련했으며, 예비력시장은 재생에너지 불확실성, 변동성 대응을 위한 예비력 가격결정, 예비력 요소별 발전계획을 반영한 가격결정 및 정산방안 마련이 핵심 내용이다. 재생에너지 입찰제도는 1MW 초과 재생에너지에 대한 발전예측량 및 가격입찰, 시장기반 출력제어량 결정 및 정산금 산정방안을 마련했다.

실시간시장은 실시간으로 수요와 공급을 맞추기 위한 밸런스 시장으로 거래규모는 작지만 안정적 계통 운영을 위해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15분 단위로 시장을 개설해 비용효율성을 높여 변동성 대응 응동이 빠른 유연성 자원 유입을 촉진시킬 전망이다.

주목되는 부분은 재생에너지를 주전원으로 대우하면서 밸런싱에 대한 책임도 물린다는 것이다. 시장에서 체결된 계약량과 실적 발전량과의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임밸런스 비용을 실시간 시장가격으로 부담한다.

이는 재생에너지 입찰제도에서도 드러난다. 급전가능 재생에너지는 가격입찰을 통해 전력시장에 참여하며, 용량정산금, 부가정산금 등 일반 발전기와 동등한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급전가능 재생에너지는 가격입찰을 통해 전력시장에 참여하며, 용량정산금, 부가정산금 등 일반 발전기와 동등한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실시간 예비력시장은 하루전시장에서는 필요한 예비력을 사전 확보하고, 실시간시장에서 에너지와 예비력의 동시최적화를 통해 예비력가격을 책정한다. 실시간예비력 실적에 대해서는 실시간 예비력가격으로 정산금을 지급한다.

이번 ‘전력시장 제도개선’ 제주 시범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전력거래소의 김진이 실시간시장팀장은 “재생에너지가 늘어나면 화석에너지 중심의 현재 전력시장 구조로는 간헐성·변동성 대응이 어렵다. 이에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시장구조를 전환할 필요가 있게 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하며, “‘전력시장 제도개선’ 사업이 지속가능한 전력공급 체계 유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재생에너지 시장 참여 모델 [자료=전력거래소]

전력시장 개선, VPP·ESS 등 에너지신산업 경쟁력 향상 기대

전력시장 제도개선의 핵심은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또 지속적인 확대를 위한 에너지 수급 안정화에 있다. 에너지 안보라는 토대 위에 디지털 전환과 IT, AI 기술의 접목, 미래 에너지 산업 경쟁력 확보에 대응하는 신기술 출연이 기대되고 있다.

김진이 팀장은 “이번 전력시장 제도개선 사업은 재생에너지 사업자의 능동적 시장참여가 중요하다”고 언급하며, “전력시장 및 전력계통 메커니즘이 매우 복잡해 소규모 자원을 통합해 운영하는 VPP 활성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VPP(Virtual Power Plant)는 태양광·풍력 등 소규모로 분산화 돼 있는 발전소 자원을 통합해 생산되는 전력을 안정적으로 제어·관리하기 위한 시스템이다.

제주에 본사를 둔 브이피피랩 차병학 대표는 “이번 사업을 통해 기대되는 점은 VPP 사업자의 역할이 확대되는 부분”이라고 언급하며, “기존 VPP 사업자의 경우, 발전량 예측제도 및 REC 거래에 대한 권한밖에 주어지지 않았으나 이번 사업은 VPP 자원도 발전자원으로 인정받아 VPP 사업자도 전력량 정산금을 받을 수 있는 구조로 개편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려되는 점은 시범사업이므로 제도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라며, “전력거래소에 공개돼 있는 시범사업 관련 자료는 2022년 12월에 올라온 자료다. 현 시점까지도 지속적으로 시범사업 정산방식이 변경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예상 수익이 달라지는 리스크가 있다”고 조언했다.

업계에서는 예비력시장 개설만으로는 재생에너지의 안정적인 수급 균형을 맞추기 어려워 에너지저장장치(ESS)의 역할도 중요하고, 현재 정체기에 있지만 성장 요인이 많은 산업이라고 입을 모았다.

홍익대 전영환 교수는 “분명한 점은 민간이 참여하는 시장이 창출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언급하며, “민간에서 필요한 인프라를 짓고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야 제대로 된 시장의 모습을 갖출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화두는 ESS라고 전제한 홍 교수는 “재생에너지 발전소만으론 충분한 예비력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ESS는 화재 등 안전성 리스크를 먼저 털어내야 한다. 아직 투자의 중심에 있지 않은데, 기업이 ‘ESS 인프라 투자’ 등 시장에 들어올 수 있게 할 균형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SK에코플랜트 관련 사업팀 관계자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안정적인 수급 균형을 위해서는 예측 정확성과 에너지 저장능력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주목된다”며, “저장 능력으로는 현재 기술상 ESS가 유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현재 ESS 시장 활성화를 위해 한전/전력거래소 주도의 중앙계약시장이 제주도에서 처음으로 열리고 있다”며, “그러나 아직 용량이 크지 않아 ESS 시장 활성화에는 부족한 감이 있다. 중앙계약시장의 용량이 점차 증대돼 ESS 시장 또한 활성화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같은 맥락에서 탑인프라 최인선 전기안전그룹장도 “이번 전력시장 제도개선 사업은 전력 신뢰도 유지와 동시에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기 위한 방안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알고 있다”며, “미국 등과 같이 ESS 설치를 통해 전력 신뢰도를 확보하면서 신규 발전소의 계통 연계가 빠르게 진행되고, 경제성도 확보할 수 있는 전력시장 개편이 필요한데 아직 그 동력이 부족하다고 본다. 보수적인 국내 전력시장에 변화에 대한 노력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뜻을 밝혔다.

재생에너지가 급격하게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의 전력시장 구조를 고집하는 것은 향후 감당할 수 없는 리스크로 돌아올 수 있다. [사진=gettyimages]

재생에너지 못하면 도태… “판 깔려야 늘어”

재생에너지가 급격하게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의 전력시장 구조를 고집하는 것은 향후 감당할 수 없는 리스크로 돌아올 수 있다. 더욱이 글로벌 경제 주도권을 쥔 국가와 기업들은 RE100을 이뤄내지 못하면 퇴출하거나 세금을 물려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경쟁 우위에 두는 신보호무역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독점적인 중앙집중형 전력시장 구조를 갖춘 우리나라와 유사한 환경으로 캐나다 온타리오주 사례를 언급한다. 온타리오하이드로(Ontario Hydro)라는 전력회사는 한전과 같은 공기업 형태로 운영되며 90년간 발전, 송배전, 판매에 해당하는 전 과정을 독점해왔다.

저렴한 전기요금으로 전기를 공급해오면서 천문학적인 부채가 누적됐고, 결국 해체로 이어져 전기요금 급등을 불러왔다. 부채로 인한 해체 이후 전력시장을 개방하자 2016년 전기요금이 2003년 대비 500배가 올랐고, 2008년부터 2016년까지는 약 71%가 상승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는 지역 내 제조기업의 외부 유출로 이어졌고 2008년 이후 약 12만명에 가까운 일자리 상실도 더해졌다. 일자리 감소의 주요 제조업 분야는 자동차, 철강, 제지 등이었다. 현재 온타리오주는 기존 발전, 송배전, 판매 등 모든 부문을 민간에 개방한 상태로 주정부는 각 시장을 규제하고 감독하는 역할만 맡고 있다.

또 다른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전력시장을 무작정 자유화하는 것이 능사가 아닐 수 있다”고 언급하며, “한전이 쥐고 있던 거대한 경제 구조가 제도적인 보호 장치 없이 풀리면 대기업은 블랙홀처럼 사업을 빨아들일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유럽에서도 전력시장 개방 후 많은 기업들이 시장에 참여했으나 결국 대기업들의 인수합병 끝에 손에 꼽을 정도의 몇 개 기업이 전력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내 전력시장의 경우 그 또한 문제가 될 소지가 다분하다”고 조언했다.

이 내용을 들은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자본주의 시장에서 관리와 운영 신뢰도를 갖춘 대기업이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며, “다만 에너지 분야는 안보와 공공성의 특성을 갖고 있기에 참여하는 대기업도 지역 및 중견·중소기업과의 상생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 마련에 고민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건오 기자 (news@industr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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