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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포트] 당면한 과제 ‘태양광 수용성’… 지역 중심 소통 기반 구축해야
‘수상태양광 스케일업’ 가속, 어업민 공존 강조… 영농태양광 당위성 충분, 주민 연결고리 부족

[인더스트리뉴스 최용구 기자] 초가을에 접어든 지난 10월의 어느 금요일, 충북 충주시 동량면에 있는 K-water 충주댐 물문화관으로 향했다. 바로 옆 선착장에서 정찰선을 타고 20여분을 내달리자 수천개의 태양광 패널이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2017년 준공된 청풍호 수상태양광 발전소다. 시설용량은 3MW로 연간 약 4,031MWh의 전력을 생산한다. 한국수자원공사(이하 수공) 관계자는 “주변 어민 회장님 추천을 통해 작년에도 태양광 패널을 추가로 설치했다”고 말했다. 이곳의 전력은 인근 황강리, 한천리 등 산간마을에 공급된다. 물 위에 태양광을 설치하는 일은 어민들과 상생이 뒷받침돼야 한다. 구조물을 조립하거나 수중 케이블을 연결하는 등 과정에선 지역민의 협조가 필수다. 이 지역은 어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시키는 선에서 절충안을 찾았다. 상황에 따라 주민들이 직접 시설을 점검하며 환경감시원 역할을 한다. 

수상태양광이 설치된 부력체에 올랐지만 별다른 흔들림은 없었다. 일정 각도로 기울어진 태양광 패널들로 빛이 흡수되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나라 위도 상에선 30~33도의 각도가 적당하다고 수공 관계자가 설명했다. 이곳은 태양광 패널이 한쪽 면에만 부착된 ‘단면형’으로 설계됐다. 양면형일 경우 물에서 반사되는 빛까지 흡수가 가능하지만 경제성을 고려했다. 다만 일부 구역에선 양면형 태양광 패널에 대한 실증 테스트가 진행 중이었다. 빛을 따라 움직이는 추적기는 별도로 장착되지 않았다. 시간과 계절별로 변하는 태양의 위치에 맞게 모듈을 움직이려면 모터 등 전동시스템이 연동돼야 한다. 그만큼 공사비는 달라진다. 수공은 비용의 실효성을 감안해 추적기를 뺀 고정형으로 배치했다. 

수상태양광의 잠재력은 높다고 알려져 있다. 세계은행(World Bank Group)에 따르면 전 세계 저수지 수면의 1%만 활용해도 400GW 이상의 시설용량을 확보할 수 있다. 연간 발전량으론 약 521TWh가 예상됐는 데 이는 2018년 기준 유럽 전체 전력 사용량의 15% 수준이다. 한국에너지공단은 국내의 저수지(만수면적 10%), 담수호(만수면적 20%), 용배수로(5m이상 배수로의 2%) 등에 약 6GW의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육상에 설치하는 태양광보다 경제성이 좋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탈리아 카타니아 대학(University of Catania) 등 연구팀은 앞서 사이언스 다이렉트(Science Direct)에 “부유형 태양광(FPV) 설치에 따른 차광 효과는 물의 증발을 막는다. 증발되지 않은 물을 관개용으로 공급하면 kW당 3달러 이상, 수력 발전용으로 판매할 경우는 kW당 4달러 이상의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청풍호 수상태양광 시설은 패널이 한쪽 면에만 부착된 ‘단면형’으로 설계됐다. 양면형일 경우 물에서 반사되는 빛까지 흡수가 가능하지만 경제성을 고려했다. 다만 일부 구역에선 양면형 태양광 패널에 대한 실증 테스트가 진행 중이었다. [사진=인더스트리뉴스]

수공은 청풍호 수상태양광의 사업성을 확인했다. 전력 판매로 창출되는 수익을 따지면 환경모니터링, 인건비 등 운영비를 감당할 만하다. 지난해엔 경남 합천댐에 41MW 용량을 준공했다. 연간 5만6388MWh의 전력 공급이 가능한 규모로 합천군민(약 4만3,000명) 모두가 쓸 수 있는 양이다. 발전 수익은 주민들과 공유된다. 합천댐 주변 20여 개 마을 주민 1,400여 명은 마을공동체를 통해 총사업비(767억원) 중 31억원을 투자했다. 경북 임하댐에 착공을 앞둔 시설은 세계 최대인 45MW 용량이다. 향후 전기사업허가 등에 관한 조정 절차가 남아 있다. 임하댐 수상태양광발전소가 들어설 장소는 전국 최초의 ‘신재생에너지 집적화단지’로 지정됐다.

임하댐에 45MW 수상태양광 밑그림 

청풍호 수상태양광 발전소의 모듈과 모듈 사이에선 수생식물이 자라고 있었다. 수질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실험이다. 모듈 설치에 따른 차광 효과로 만들어지는 국지적인 ‘그늘’은 수중의 부유물 번식과 관련된다. 녹조 발생의 우려도 낳는다. 수공은 ‘국민이 걱정없는 물공급’에 궁극적인 방향성을 두고 있다. 앞서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국토교통부 산하에서 환경부 아래의 조직이 되면서 물에 대한 조직 차원의 인식은 변하고 있다. 조직개편은 ‘통합물관리’의 취지로 이뤄졌다. 과거 수자원 개발과 이용, 오염관리에만 치중했던 시절을 벗어나 기후위기 등 측면에서 물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보자는 개념이다. 수공 관계자는 “수질정화 로봇을 설치하는 아이디어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수상태양광이 위치한 곳은 치어(稚魚)들의 서식처로써 기능도 한다. 성어(成魚)들을 피해 머무는 장소가 된다. 어류 산란장을 설치하는 대안도 생각할 수 있지만 관건은 비용이다.

청풍호 수상태양광 발전소의 모듈과 모듈 사이에선 수생식물이 자라고 있었다. 수질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실험이다. [사진=인더스트리뉴스]

지난해 수공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그린수소 연구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수력, 수상태양광 등 물에너지 인프라와 청정 그린수소 생산 기술을 융합한다는 내용이다. 태양광 수소는 그린수소 생산의 이상적 대안으로 여겨진다.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물을 분해시켜 수소를 만드는 이 과정의 핵심은 광전극을 통한 전기화학적인 반응(수전해)이다. 학자들은 다양한 광촉매 기법을 제시하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지역을 그린수소 생산의 거점으로 만들려는 관심도 크다. 경북도는 수상태양광을 통한 그린수소 생산을 주된 에너지 비전으로 삼고 있다. 물론 당장은 한계가 명확하다. 수전해 설비를 24시간 상시 가동하려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전제돼야 한다.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의 실시간 변동성 문제를 풀어야 하는 데다, 수반되는 인프라도 많다. 녹색에너지연구원 태양에너지연구실 이석호 박사는 “본질적으로 지자체들이 꿈꾸는 것이 그린수소 ‘생산의 메카’가 아닌, 그린수소 ‘생산시스템 산업의 메카’여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날 수상태양광 시설을 함께 둘러본 수공 관계자는 “여기서 수소를 생산해도 당장 어디에 어떻게 팔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수상태양광은 육상태양광과 달리 산림, 농지 등에 대한 훼손의 논란 없이 설치할 수 있다. 그렇지만 가격 경쟁력이 낮다. 수상태양광 전용 모듈과 수도용 기자재 등을 사용해야 하는 탓에 설치 비용이 상대적으로 비싸다. 업계는 육상형 모듈과 비교해 10% 정도 가격 차이가 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과거보단 격차가 줄었다. 정부는 앞서 수상태양광에 대한 REC 가중치를 하향 조정했다. 그만큼 보조금을 덜 지급해도 시장이 돌아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계통의 문제는 필연적으로 따라 붙는다. 생산된 전력을 전달할 수 있는 계통이 부족하면 동력을 잃기 쉽상이다. 이는 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에 좌우된다.

‘농업인 영농형 태양광 발전소 1호’, 7배 이상 수익 창출   

보성군에서 쌀농사와 전력 판매를 병행 중인 문병완 조합장(농협RPC전국협의회 회장)은 요즘 재미가 쏠쏠하다. 그는 지난 2019년 영농형태양광 발전을 도입했다. 줄어드는 농지를 보존하기 위해서였다. 오르지 않는 농업소득으로 인해 ‘농지전용’ 등 개발 행위가 만연한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이 컸다. 작물 재배 만으론 수익이 여의치 않은 농가에 ‘매전 소득’이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이 섰다. 총 사업비 약 2억원을 들였고 필요한 태양광 모듈은 해외에서 공수했다. 그는 “농사만 지을 때에 비해 7배 이상의 수익을 내고 있다”며 만족했다.

지난 10월 12일 오후 보성군 보성읍 옥암리 일원. 수확을 앞둔 황금들판 사이에 태양광 구조물이 눈에 띄었다. 900여평의 부지를 덮은 태양광 패널 아래 쪽엔 벼가 무성히 자라 있었다. 그 옆엔 일사량과 발전량을 나타내는 전광판도 보였다. 팻말엔 ‘농업인 영농형 태양광 발전소 1호’라고 쓰여 있었다. 문 조합장은 “매달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고도 100만원씩은 나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900평 농사로 벌어들이는 조수익은 현재 250만원이 채 안 된다. 농작업비를 제하면 수익은 절반으로 뚝 떨어진다. 하지만 매전 소득이 더해질 경우는 얘기가 다르다. 5년 여간 태양광발전을 운영한 결과 연간 약 1,200만원의 수익을 내고 있다. 태양광을 설치한 것만으로 고정적인 수익 창출은 물론 농경지에 대한 가치 제고의 효과도 불러온 것이다.

지난 10월 12일 오후 보성군 보성읍 옥암리 일원에서 문병완 조합장(농협RPC전국협의회 회장)을 만났다. 문 조합장은 ‘농업인 영농형 태양광 발전소 1호’에 관해 소개했다. [사진=인더스트리뉴스]

영농형태양광은 작물, 전력을 동시에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재생에너지 확보의 필수로 꼽힌다. 태양광 모듈로 인한 그림자가 작물의 생육을 방해한다는 일부의 시선이 있지만 큰 문제가 없다는 관측이 주를 이룬다. 태양빛의 각도는 변하기 때문에 그늘이 지는 부분은 한쪽에만 쏠리지 않는다. 게다가 각각의 작물에는 ‘광포화점’이 있다. 이는 생육에 필요한 광합성을 할 수 있는 최대 광량을 뜻한다. 일례로 벼의 광포화점은 50킬로럭스(klux)인데 이를 초과하는 태양광은 벼의 광합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일정 조건만 넘으면 생장에 큰 지장이 없는 셈이다. 한여름 뙤약볕의 경우 빛의 세기는 120킬로럭스에 달하기도 한다.

영농형태양광은 정부가 국가전략기술로 삼는 것 중 하나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중소벤처기업부, 한국전력공사, 한국수력원자력 등 여러 기관들은 영농형태양광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전국에 설치된 영농형태양광 시설은 2021년말 기준 총 65개, 약 3.4MW 규모다. 다만 대부분은 실증 또는 시범용이다. 특히 ‘차광률’과 ‘수확량’의 상관관계는 핵심 키워드다. 녹색에너지연구원(이하 녹에연)은 앞서 태양광 구조물 간 거리와 높이 등에 따른 작물의 생산량을 비교했다. 그 결과, 차광률이 30% 내외인 조건에선 수확량 감소를 20% 이하로 줄일 수 있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비교 실험은 벼, 녹차, 배추, 감자, 양파, 마늘, 포도, 배 등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식량자급은 오랜 이슈다. 쌀은 자급할 수 있지만 밀, 콩의 경우 소비량 대비 자급률이 떨어지는 것이 국내 상황이다. 정부는 ‘밀·벼’ 또는 ‘밀·콩’ 등 이모작 생산단지의 조성을 확대하고 있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이모작 재배 품종을 개발하고 논을 활용한 기계화 재배를 확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영농형태양광은 식량자급률 확보 등 농업의 지속이란 측면에선 ‘주민수용성’ 문제에 마주한다.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생산·공급할 기반을 더해야 하는 데 오히려 생산량을 줄일 것이란 부정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태양빛에 가려지면 일부 작물의 수확량에 영향을 미치는 게 사실이다. 어림잡아 생산량의 20~30%를 떨어뜨린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정부는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보급 과정에서 주민수용성 맞추기에 난항을 겪는 중이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의존도가 커질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감안하면 지역민들을 이해시킬 정보의 제공과 협력은 더욱 중요해졌다. 하지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영농형태양광은 식량자급률 확보 등 농업의 지속이란 측면에선 ‘주민수용성’ 문제에 마주한다.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생산·공급할 기반을 더해야 하는 데 오히려 생산량을 줄일 것이란 부정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사진=인더스트리뉴스]

밀·콩 식량자급률 확보 과제… ‘주민수용성’ 이슈 대두 

한국환경연구원이 앞서 태양광 설치로 인한 사회적 영향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안전성 △영농 차질 △빛 반사 △산림 훼손 △경제성 등 여러 갈등 요인이 있다. 사업자와 지역 주민뿐만 아니라 지자체, 시의회, 환경단체 등이 갈등의 당사자가 된다. 해남, 나주, 홍천, 춘천, 고창, 강진 등 사례는 대표적이다. 전북도의 경우 태양광발전 설치 규정이 없어 혼란을 겪은 곳이다. 고창군에선 환경파괴 논란이 따랐다. 2015년 당시 전국 최대 규모의 태양광발전을 추진했지만 최종 불허됐다. 수상태양광 설치를 놓고 마찰을 빚은 옥천 개심저수지, 포항 용연저수지 등 사례도 있다.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조례 제정’ 및 ‘에너지 계획 수립’ 등 노력도 있었다. 무안과 신안은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 공유 조례를 제정했다. 무안군은 일정 규모 이상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에서 주민참여를 지원토록 하는 근거를 만들었다. 신안군은 지역 주민과 군(郡)이 신재생에너지 사업 지분의 20% 이상을 참여할 수 있게 했다. 당진시는 지난 2018년 에너지전환 비전을 수립했다. 신재생에너지 단지 조성, 입지 조사 및 지침 등 마련에 관한 방향성을 공론화했다. 시민이 참여해서 민·관·학 공동의 방식으로 비전을 수립한 경우다.

일본의 신재생에너지 도입 방식은 우리와 차이가 있다. 일본은 에너지회사와 지자체가 문제 해결에 협력하기 용이한 체계다. 에너지 관련 회사가 민영화된 것이 큰 특징이다. 돗토리시는 지난 2015년 돗토리 가스(Tottori Gas)와 제휴를 맺고 ‘돗토리 시민전기’를 설립했다. 이를 통해 지역에너지 공급과 전력 판매 및 고용 등 부문에 머리를 맞댔다. 미야마시에선 지역은행 등이 공동 투자한 ‘미야마 스마트 에너지회사’가 시청, 학교 등 공공시설에 전력을 공급하기도 했다. 도쿄도는 소규모 발전량을 거래할 수 있는 기업들의 설립을 장려하고 있다. 주택 또는 빌딩에 태양광 등을 확대 도입하기 위한 방안이다. 한국환경연구원은 “각 지자체에서 해당 지역에 맞는 전력 생산 형태, 규모, 비즈니스 유형을 선정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며, “사회영향은 지역주민들의 동의가 가장 중요하지만 중앙정부에서 이를 고려하기란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일본 농림수산성이 발표(2022.8)한 영농형태양광 작물 재배 현황 [자료=농림수산성]

일본 농림수산성 자료(2022. 8)에 의하면 영농형태양광 설치를 위한 농지전용허가 건수는 꾸준히 상승해 지난 2020년 779건을 기록했다. 영농형태양광 설치에 따라 재배 작물을 변경한 비율(60%)은 그렇지 않은 경우(40%)보다 많았다. 재배 작물은 야채(35%), 관상용 식물(30%), 과수(14%) 순으로 분포했다. 쌀·보리·콩·메밀도 9%를 차지한다. 태양광 설치에 관한 일본의 지자체별 조례는 ‘계획’부터 ‘설치 후’까지를 상세히 규정한다. 태양광발전 시설 운영 이후의 폐기물 처리 규정까지 마련토록 하고 있다. 무엇보다 지역 주민과 사전 협의를 강조한다. 일본이 태양광발전 사업을 ‘환경영향평가’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 것은 분명한 차별점이다. 국내 역시 일부 소규모 태양광 사업에 한해선 환경영향평가를 건너뛴다. 환경영향평가는 환경적인 문제를 살피고 대책을 세우자는 취지로, 이 과정엔 전략환경영향평가도 있다. 전략환경영향평가 단계에선 정책이나 사업 계획에 대한 ‘입지 적절성’ 등 타당성을 검토한다. 다만 그 실효성을 두고 논란은 끊이질 않는다. 사실상 입지가 결정된 분위기에서 진행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보니 객관적이고 형평성있는 검토가 어렵다는 것이다.

입지 타당성 검토로 누적된 ‘불신’ 트라우마 

이러한 상황은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신뢰도를 깨트리기 마련이다. 사실상 정부가 모든 것을 설정해 놓고 형식적으로 주민 의견을 수렴한다는 비판을 낳는다. 과거 ‘先추진, 後보상’의 논리와 다르지 않다. 정부가 정책과 예산을 설계하고 입지까지 정해 맡기면 사업자가 보상으로 입막음하려 했던 시절의 얘기다. 이 가운데 농촌의 노령화 현상은 심각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촌소멸 대응 프로젝트 추진본부’까지 만들며 대책 회의를 진행 중이다. 과학적인 정보 파악이 어려운 노년층들은 그만큼 가짜 뉴스에 취약하다. 이는 막연한 불안과 거부감을 유발하는 요인이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과거의 어떤 개발 사업에 대한 불신 트라우마 같은 것이 지역사회엔 분명히 있다”라며, “공익성이 보장된 민간협의회 구성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사업자의 말을 무조건 믿을 순 없지만 너무 모르고 반대하는 것도 결코 도움이 되질 않는다”면서, “3자 기관의 전문가들이 참여한 분위기에서 충분히 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농업’으로의 전환은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 5월 충남 부여군 양화면에서 열린 '농업용 무인 항공 살포기를 이용한 직파 연시회' 현장 [사진=농촌진흥청]

영농형태양광의 효과성을 뒷받침하는 과학적인 근거는 많이 제시됐다. 차광에 따른 생산량 감소는 우려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에서 나아가 기후위기의 대안이란 평가 결과도 있다. 태양광 패널이 지표면의 지나친 수분 증발을 막아준다는 것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농사와 태양광발전업을 병행할 수 있도록 농지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여러 시도도 있었다. 농가의 소득을 보장한다는 취지의 ‘농업인 영농형 태양광 발전사업 지원에 관한 법률안’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지역들은 ‘영농형 태양에너지 집적화단지’, ‘주민 주도형 영농형태양광 발전단지’ 등 키워드를 걸고 사업을 발굴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보가 급한 발전공기업 등 업계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영농형태양광은 그동안 국내에선 시도할 만한 발상에 가까웠다. 작물 재배 및 전력 판매를 실제로 구현한 곳은 전국에 1곳(보성군 농업인 영농형 태양광 발전소 1호)뿐이다. 아직 2호는 나오질 않았다. 농업의 디지털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예상치 못한 문제가 부각될 가능성은 있다. 드론으로 논에 씨를 뿌리거나 농약을 살포하는 시대가 이미 열린 가운데 작물 위를 덮은 구조물은 ‘충돌’ 등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문병완 조합장과 ‘농업인 영농형 태양광 발전소 1호’란 팻말 앞에서 짧지 않은 대화를 나눴다. 그는 “농지를 그대로 보존하면서 농업소득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은 영농형태양광”이라며 이내 목소리를 높였다. “수용성 문제는 말이죠. 지역 농민들이 주체로 참여해서 직접 돈을 벌게 만들어 준 다음에 이해를 구하는 방법 밖엔 없어요. 말로만 주민참여형 이어선 안 된다는 겁니다.”

[최용구 기자 (news@industr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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