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정한교 기자] 재생에너지 간헐성에 따른 전력계통의 안정성 강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은 이러한 요구에 대한 훌륭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재생에너지 비중이 날로 커짐에 따라 기존의 ESS만으로는 요구사항을 충족시킬 수 없게 됐다. 이에 최근 전세계가 ‘장주기 ESS’를 주목하고 있다.
에이치투 김현정 이사는 “리튬계 배터리는 방전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단주기 ESS로는 적합하나, 6시간 이상의 방전이 필요한 장주기에서는 저장비용 증가 및 운전조건 제약이라는 단점이 있다”며, “반면 바나듐 플로우 배터리(Vanadium Flow Battery, VFB)는 장주기에서도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전해액의 양만 증대하면 손쉽게 에너지 용량을 늘릴 수 있어 요구하는 방전시간에 맞게 ESS 구현이 가능하다. 오히려 충·방전 시간이 늘어날수록 가격 면에서 유리해진다”고 설명했다.
‘장주기 ESS’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짐에 따라 VFB에 대한 주목도도 높아지고 있다. 영국, 미국, 호주 등 장주기 ESS 구축을 추진 중인 국가에서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 역시 수백 GWh 규모의 VFB를 구축하며, 육성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LFP 최강국인 중국이 VFB에 투자한다는 것은 ESS 기술의 다양성 확보 및 VFB의 중요도를 입증한다.
에이치투는 이러한 VFB 산업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이다. 국내 최초로 VFB 기반 ESS의 상용화를 이끌었다. 세계적으로도 그 기술력을 인정받아 VFB 분야 글로벌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국내·외 대형 프로젝트를 잇달아 수행하며, 현재까지 7개국에서 총 42MWh 규모의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김 이사는 “VFB는 안정성과 장주기, 장수명이라는 강점을 바탕으로 특히 장주기 발전사업에서 탁월한 해법이 될 수 있다”며, “VFB 기반 ESS는 기존 화력발전소의 역할을 대체하는 차세대 ‘ESS 발전소’로 진화해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핵심 인프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VFB가 리튬이온배터리(NCM), 리튬인산철배터리(LFP) 등 리튬계 기반 ESS와 보이는 차별점은?
NCM, LFP 등 리튬계 배터리는 높은 에너지 효율 및 고출력이라는 강점이 있지만, 유기계 전해액을 사용하기 때문에 화재 위험성 및 수명이 상대적으로 짧다. 사용하면서 용량 감소도 심해 15년 이상 장기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발전사업에서는 활용도가 떨어진다.
이에 반해 VFB는 바나듐이라는 단일 금속을 물에 용해한 수계 전해질을 사용한다. 수계 전해질에 에너지를 저장하고 방전하기 때문에 자체 발화 위험이 전혀 없고, 충방전 과정에서 산화환원 반응으로 전자만 교환되기 때문에 수만 회의 충·방전을 반복해도 성능 저하가 거의 발생하지 않아 장주기 ESS 발전소에 적합하다.
VFB 기반 ESS의 수명은?
최대 30년(20,000 cycles), 이마저도 기계적 수명 때문이다. VFB는 수계 전해질이 1년에 약 0.1% 감소한다. 20년을 사업한다고 가정하면, 98%가 남는 것이다. 전해액은 사실상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30년이 지나도 VFB를 계속 사용하고 싶다면, 기계만 교체하면 된다.
VFB의 단점으로 지적되는 것이 크기와 구축비용이다.
전해질로 물 기반의 바나듐을 사용하다 보니 리튬이온 배터리 대비 무게나 설치 면적 측면에서는 불리할 수 있다. 하지만 뛰어난 안전성과 긴 수명, 높은 확장가능성을 바탕으로 고정형 장주기 ESS 시장에는 최적화된 솔루션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구축비용 역시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리튬계 배터리 기반 ESS는 온·습도 등 철저한 환경 관리가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연간 실질 운영비나 생애전주기 LCOS(균등화저장비용)까지 고려한다면, 오히려 VFB 기반 ESS의 비용이 더욱 저렴하다고 볼 수 있다.
에이치투의 ESS 제품 및 솔루션은?
당사의 핵심 제품은 ‘EnerFLOW’ 시리즈이다. 4~12시간 장주기 ESS에 최적화된 제품으로, 모듈 확장 설계를 통해 소규모 분산형 설비부터 발전소급 대형 프로젝트까지 용량을 자유롭게 확장할 수 있다. 발전 부문에서는 기존 석탄·가스발전소를 대체하고, 송배전 부문에서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완화와 전력망 안정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주력 모델은 ‘EnerFLOW500’과 ‘EnerFLOW600’이다. EnerFLOW500은 플로우 배터리계 최초로 1,400VDC 고전압을 구현한 모듈형 제품으로, 설치 기간과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EnerFLOW500은 설치가 임박한 국내 최대 규모인 20MWh의 울산 프로젝트에 적용될 예정이다
EnerFLOW600은 대용량 장주기 전용의 3-블록 구조로, 높은 에너지 밀도를 구현해 설치 면적을 최소화할 수 있어 발전소급 설비에 적합하다. 이 모델은 스페인 8.8MWh 프로젝트에 공급하고 있다.
K1 플랜트 준공에 이어 K2 플랜트 건설 등 대규모 생산설비 확장을 추진 중이다. 그 이유는?
2023년 계룡 산업단지에 연 330MWh 규모 K1 플랜트를 준공했으며, 현재 인접 대지에 K2 플랜트를 건설 중이다. 두 플랜트가 모두 가동되면, 연 1.2GWh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VFB 분야에서 중국을 제외하고 세계 최대급 생산규모를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장주기 에너지저장 기술(Long Duration Energy Storage, LDES) 확산에 따른 비리튬계 ESS 수요 증가에 선제 대응하기 위함이다. K2 플랜트까지 완공되면, GWh급 양산 체계를 갖춤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이뤄낼 수 있다. 이를 통해 원가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VFB 기반 ESS의 BMS(Battery Management System) 운영 전략은?
플로우배터리는 전해액 유동 및 레벨 제어, 전기화학 밸런싱, 모듈 밸런싱 등 리튬계와 전혀 다른 특성이 있어 고유한 작동 특성을 최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전용 BMS가 필요하다. 당사는 BMS부터 배터리까지 모든 핵심 기술을 자체 연구·제작하고 있다.
상시 모니터링하는 전담팀 운영뿐만 아니라 AI와 머신러닝을 접목해 BMS의 지능화 등 기술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원격 제어·관리 기능을 강화해 장주기 ESS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에이치투의 향후 계획 및 목표는?
당사는 장주기 ESS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미국, 호주, 유럽 등 주요 시장에 진출하고, 특히 비리튬계 ESS 유망 시장인 영국과 일본을 전략 거점으로 삼아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해외 생산 거점을 구축해 공급망 안정성을 높이고, 배터리 제조를 넘어 해외 IPP(Independent Power Producer) 사업개발, 구축 및 운영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려고 한다.
궁극적으로 당사의 목표는 기술력·프로젝트 수행능력·글로벌 사업 네트워크를 아우르는 종합 ESS 솔루션 기업으로의 성장이다. 이를 통해 전세계 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 실현을 선도하는 ‘ESS 중심 에너지 생태계’를 구현하고자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