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이건오 기자] 농촌의 에너지 전환을 주제로 한 ‘영농형 태양광 토론회’가 11월 13일 여의도 FKI 타워에서 열렸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박정 의원,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이원택·임미애 의원, 에너지와공간, 에너지전환포럼이 공동 주최한 이번 토론회는 인구감소, 고령화, 기후변화 등으로 위기에 직면한 농촌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현실적 해결책으로 영농형 태양광의 전략적 확산 방안을 논의했다.
박정 의원은 축사에서 “NDC 목표 달성과 식량안보 안정성을 위해 영농형 태양광이 필수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하며, “현재 논란이 되는 절대 농지 규제에 대해 농촌 경제 활성화와 국가 전력 수급 안정이라는 측면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파주시 동서발전의 실험단지 사례를 소개하며 “영농형 태양광의 사업 기간 보장(최소 20년), 임차농 혜택 포함 등 제도적 장애요인 해소가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접경지역 민통선·DMZ 일대에 ‘평화·기후 에너지 고속도로’를 구축해 안보 희생에 대한 보상과 재생에너지 인프라 확보를 동시에 추진하자”는 구상도 제안했다.
이어진 첫 발표에서 에너지와공간 손다원 연구원은 영농형 태양광이 단순한 전력 생산사업이 아니라 농업 활동을 유지하면서 농촌의 에너지 비용 부담을 줄이고 농가 소득을 다변화하는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손 연구원은 농촌의 높은 에너지 비용 구조가 농가 경영악화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하며, 영농형 태양광이 에너지 비용 절감, 농촌 탄소중립 실현, 저탄소 농축산물 인증 연계 등을 통해 농산물의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국내외 사례 분석을 바탕으로 자가소비 인증서 모델, 마을 단위 영농형 태양광 모델, 식품산업 RE100 모델, 스마트팜 구독형 모델 등 네 가지 비즈니스 모델을 제안했다.
에너지전환포럼 박진희 공동대표는 경기 햇빛농장 사례를 언급하며 영농형 태양광 사업이 지역에서 갈등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 부지 선정 과정의 부족한 논의, 인근 농가 피해보상 체계 미비, 태양광 전반에 대한 왜곡된 정보라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전남 월평마을의 공동설계 사례(K-ESTEEM)를 소개하며, 사업 초기 단계부터 주민·전문가·지자체가 함께 비전, 환경 영향, 보상 방안 등을 논의해 합의를 도출하는 방식이 갈등 예방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패널토론 좌장을 맡은 에너지와공간 김윤성 대표는 영농형 태양광의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지역에서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와 어떤 모델을 설계하느냐”라고 정리했다. 영농형 태양광이 RE100 등 대규모 전력 수요 대응과 농업·농촌 보전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지닌 만큼, 이 두 축을 조화롭게 담아낼 수 있는 모델 마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들은 영농형 태양광의 현장성과 제도적 과제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아산 한살림농민재단 이연재 사무국장은 지주 중심·사업자 중심의 현행 구조가 실제 농사를 짓는 임차농의 의사를 배제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농업 특수성을 고려한 충분한 기간의 실증 연구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파주시청 에너지과 강희환 주무관은 영농형 태양광 확산을 위해 지역 도시공사를 활용한 운영대행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장거리 송전망과 지역 내부망을 분리해 마을에서 생산한 전력을 인근 기업에 직접 공급하는 PPA 활성화 방안을 제시하며, 금융 구조 역시 1년 거치·19년 상환 체계로 개편해 마을 소득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주시 민통선 지역의 영농형 태양광 설치 허용도 지역 소득 증대와 국가 에너지 기지 역할에 기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립농업과학원 안옥선 연구관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영농형 태양광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농촌은 스마트팜 증가로 에너지 수요가 높아지는 반면 화석연료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는 점을 지적하며, 작물 특성에 기반한 표준 재배 기술과 시설 기준, 병해충 관리 체계 마련 등 기술적 기반 확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고령 농촌 주민들이 이해하기 쉬운 교육 프로그램 구축과 홍보가 수용성 확보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월평마을 공동설계 사례는 주민 의견 수렴과 갈등 해결 측면에서 대표적 성공 사례로 제시됐다.
에너지전환포럼 임재민 사무처장은 영농형 태양광 정책이 농업 현장과 농민의 현실을 더 깊이 이해하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네 가지 과제를 제안했다. △사업지의 의무 영농 제도 강화 △임차농 보호 장치 마련 △20년 이상 운영되는 사업 구조에 맞춘 청년농 정착 기반 구축 △모범 사례 조기 구축을 위한 행정지원 강화 등이다. 그는 또 영농법인의 잠재량(25~40GW)을 활용할 수 있는 정책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농림축산식품부 박해청 과장은 영농형 태양광 법 제정 및 햇빛 소득화 사업 추진 현황을 소개하며, 자경농 원칙 유지와 부재지주 제한 등 농지 보호 중심 정책 기조를 설명했다. 시설 기준 명확화와 1MW 미만 소규모 사업 추진, 농협·신협을 통한 금융 접근성 강화가 주요 방향이라고 밝혔다. 현장에서는 인허가 기간 단축과 사전설명회·전문 중간지원조직의 체계적 교육 시스템이 주민 수용성 확보에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지역 주민 수용성 확보 △농업 특성을 반영한 제도 설계 △의무영농 기반의 농민 중심 구조 △임차농 보호 방안 마련 △인허가 절차 간소화 △중간지원조직 역할 강화 등이 영농형 태양광 확산의 공통된 핵심 과제로 정리됐다.






